경차에도 판매 밀리는 소형SUV, 소비자 눈도장 받으려 덩치 더 키운다

▲ 큰차를 선호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추세 속에서 경차에도 밀린 소형SUV는 덩치를 키워 넓은 공간을 확보해 소비자의 선택을 끌어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2024 쉐보레 트랙스 RS.

[비즈니스포스트]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추세 속에서 소형SUV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끌어당기기 위해 소형SUV의 덩치를 키워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려는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형차 판매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분석 자료를 보면 소형차는 올해 1~9월 9만1899대가 판매되며 6개 차급(경형·소형·준중형·중형·준대형·대형) 가운데 가장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분석에서 준중형으로 분류되나 일반적으로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로 여겨지는 르노코리아자동차 XM3와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의 올해 누적판매량 1만2500대를 더해도 전체 판매는 11만7408대에 머문다. 

차종이 단 4개(캐스퍼, 레이, 모닝, 스파크)뿐인 경차(10만584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차급보다 판매량이 뒤처지는 것이다.

최근 국내 완성차업체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소형SUV 가운데서도 덩치가 큰 차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이 나타난다.

자동차 정보 포털 다나와자동차를 보면 올해 1~9월 국내 소형SUV 누적판매량 순위에서 기아 셀토스가 3만2003대로 1위에 올랐다. 

2위는 기아 니로(1만9647대), 3위는 XM3(1만3883대), 4위는 트레일블레이저(1만1679대), 5위 쌍용자동차 티볼리(티볼리 에어 포함, 9580대)가 이름을 올렸다. 

그 뒤를 현대차 베뉴(6272대), 코나(6241대), 기아 니로플러스(3833대) 순으로 이었다. 같은 기간 1210대가 팔린 한국GM 트랙스는 수입모델에도 밀려 13위를 기록했다.

셀토스를 비롯해 니로, XM3, 트레일블레이저 등 소형SUV에서도 덩치가 큰 차종들이 판매 순위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국산 소형SUV 차종들은 2019년 7월 출시된 셀토스를 기점으로 몸집을 크게 키워왔다.

셀토스는 출시당시 동급에서 가장 큰 차체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 셀토스의 전장은 4375mm로 준중형SUV인 1세대 투싼(전장 4325mm), 2세대 스포티지(4350mm)와 비교해 더 길었다.

더욱이 셀토스는 올해 7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치면서 차 길이를 15mm 더 늘려 현재 전장은 4390mm에 이른다.

이 기록은 2020년 1월 출시된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에 의해 깨진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전장은 4425mm로 셀토스보다 각각 50mm 더 길다. 

2020년 3월 판매를 시작한 르노코리아 XM3의 전장은 4570mm로 현재까지 판매된 국산 소형SUV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크다.

기아가 올해 1월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쳐 내놓은 2세대 니로는 1세대 모델보다 덩치를 크게 키웠다.

2세대 니로의 전장은 65mm, 휠베이스는 20mm, 전폭은 20mm 키워 우수한 공간 활용성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2019년 7월부터 몸집을 키워 출시된 셀토스를 비롯해 니로, XM3, 트레일블레이저 등 4개 차종들은 높은 인기를 누리며 올들어 9월까지 국내 소형SUV 상위권을 꿰차고 있는 것이다.

반면 주로 택시모델로 판매되는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 니로플러스(올해 5월 출시)를 제외하면 2019년 이전에 출시된 뒤 1세대 모델로 판매를 이어온 차종들은 판매량 기준으로 5위 이하 하위권에 맴돌았다. 이들은 모두 셀토스보다 크게 낮은 크기의 차체를 갖고 있다.

올해 누적판매 5위를 기록한 쌍용차 티볼리는 2015년 국내 소형SUV 대중화를 이끈 1세대 모델이 현재도 판매되고 있다. 티볼리의 전장은 4225mm로 셀토스보다 165mm 짧다. 

현대차 코나 역시 2017년 출시된 1세대 모델이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다. 코나의 전장은 4205mm에 머문다. 

누적판매 6위를 기록한 현대차 베뉴는 셀토스와 거의 같은 시기인 2019년 7월 출시됐으나 현대차가 코나의 아랫 차급으로 개발한 모델로 전장 4040mm의 가장 작은 차체를 갖고 있다.

한국GM 트랙스는 2013년 출시된 국내 최초의 소형SUV다. 지금도 1세대 모델이 판매되고 있으며 전장은 4255mm에 불과하다.
 
경차에도 판매 밀리는 소형SUV, 소비자 눈도장 받으려 덩치 더 키운다

▲ 기아 셀토스. <기아>

올해 기아 셀토스와 니로가 페이스리프트와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차체 크기를 더욱 늘렸듯 앞으로도 소형SUV의 몸집 키우기 경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12일 미국 GM의 글로벌 브랜드 쉐보레는 2013년부터 한국GM이 부평2공장에서 생산해온 트랙스의 풀체인지 모델을 내년 봄 미국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풀체인지 트랙스에서 확 바뀐 외부 디자인 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다른 차종이라 할 정도로 커진 차체다. 풀체인지 트랙스의 제원은 전장 4537mm, 휠베이스 2700mm, 전폭 1823mm로 구형보다 전장은 282mm, 휠베이스는 145mm나 길고 전폭은 48mm나 넓어졌다. 

미국 현지 외신들은 풀체인지 트랙스가 한국GM 창원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형 트랙스는 한국GM의 전략차종인만큼 미국에 이어 국내에 출시되면 단숨에 XM3에 이어 2번째로 큰 소형SUV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도 내년 출시 6년 만에 코나의 첫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는다. 현대차는 울산1공장은 올해 5월 말부터 2주 동안 가동을 멈추고 코나 완전변경 모델(SX2) 설비 공사를 진행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풀체인지 코나는 니로 2세대에 적용된 현대차그룹의 3세대 플랫폼을 활용해 차체가 셀토스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소형차는 2019년 19만7601대가 팔리며 정점을 찍은 뒤 큰 차를 선호하는 추세에 밀려 판매량이 2020년 17만3418대, 지난해 11만8959대로 크게 꺾였다. 

이에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들은 소형차 라인업을 하나씩 줄여왔고 이 과정에서 소형 세단은 아예 사라져 국산 소형차는 공간 활용면에서 유리한 소형SUV만 남게 됐다.

넓은 공간을 확보한 소형SUV 신차들의 잇따른 출시는 경차와 차별성을 부각시키며 소형차 판매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