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지 다변화 검토, 경계현 눈길은 유럽과 인도에

▲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한국과 미국 외의 유럽과 인도 등 제3지역에 짓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한국과 미국 외의 제3지역에 짓는 방안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이나 TSMC 등은 모두 유럽 투자를 이미 진행했거나 추진하고 있는데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도 경쟁사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투자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인 퀄컴이 인도 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경 사장은 인도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도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인텔에 이어 TSMC도 유럽연합(EU)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임직원들이 유럽 출장을 떠나는 등 본격적인 사전 작업을 시작했다.

TSMC는 최근 독일 정부의 초청으로 공장부지 평가단을 독일에 보냈는데 이는 12인치 웨이퍼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해외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유럽의 산업 허브인 독일은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위한 확실한 선택”이라며 “TSMC는 유럽 반도체 시장이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일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인텔의 지배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450억 유로(약 61조 원) 규모를 투자하는 ‘EU 반도체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르면 2023년에 최종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유럽연합은 현재 9%의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유럽은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미국, 중국과 달리 유럽에는 공장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향후 인텔에 이어 TSMC까지 유럽에 공장을 건설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각 지역의 ‘반도체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시점에 삼성전자가 유럽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유럽은 반도체 공장을 지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유럽은 반도체 생산력이 부족한 반면 반도체 장비나 설계 등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독점공급하는 ASML뿐 아니라 자동차용 반도체와 관련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NXP, 인피니언 등이 유럽에 위치해 있다. 

경계현 사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외에 글로벌 지역 투자는 현재로서 확정한 것은 없지만 다방면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시장의 변화를 보면서 필요하면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도 삼성전자가 투자할 만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인도는 현재 반도체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는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5G 이동통신을 위한 인프라가 이제 막 갖춰지면서 반도체가 탑재되는 첨단 IT제품 수요가 향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전자반도체협회는 인도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19년 210억 달러에서 2025년 4천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인도는 반도체 설계에 비해 제조 시설이 부족해 설비투자에 대한 필요가 큰 상황이다. 인도 정부가 100억 달러의 인센티브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에 구애를 펼치고 있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인도는 올해 초 정부 차원에서 삼성전자에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검토해달라는 요청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최근 IT제품 생산기지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인구가 많고 인건비가 저렴해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는데다가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중국과 달리 성장성도 높다. 

인도의 삼성전자 생산직 월급은 30만~50만 원 수준으로 국내 삼성전자 생산직 직원 급여의 8분의 1 수준에 그친다. 2021년 인도 전체 직업의 평균 월급은 300달러(약 38만 원) 정도다.

게다가 삼성전자 고객사들도 인도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원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주요 고객인 퀄컴은 스마트폰 시장의 새 성장동력이 된 인도를 공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를 위해 인도에서 제조된 반도체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10월4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공급업체가 인도에 공장을 건설할 동기가 있고 인도에서 적절한 인센티브가 받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의 공장을 활용할 것”이라며 “미국, 유럽, 인도가 지리적으로 다양하고 탄력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