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142조 투자' 놓친 미국 텍사스, 삼성전자에 러브콜 보낼까

▲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텍사스주 오스틴을 대규모 반도체공장 후보지로 검토하다 결국 뉴욕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현지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마이크론 미국 아이다호주 본사.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텍사스주 오스틴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투자를 검토하고 있었지만 결국 뉴욕주에 1천억 달러(약 142조 원) 규모 투자 계획을 확정지었다.

텍사스주가 이미 현지에 중장기 투자 확대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던 삼성전자에 적극적으로 추가 공장 유치를 위한 러브콜을 보내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현지 지역언론 오스틴비즈니스저널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뉴욕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짓기 전까지 텍사스주 오스틴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었다.

현지 당국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결정에 실망했고 이는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텍사스주는 미국 전역에서 반도체공장이 들어서는 데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현지시각으로 4일 미국 뉴욕주에 앞으로 20년 동안 1천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장 건설은 2024년부터 시작된다.

오스틴비즈니스저널은 텍사스주 오스틴도 마이크론의 새 반도체공장 단지가 들어설 유력한 후보지로 평가받았다고 보도했다.

현지 당국 관계자는 “이미 오스틴 공장 부지에 관심을 두고 있는 다른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에 관심이 있는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낙관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투자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오스틴 지역에 대규모 시설 투자를 벌일 만한 다른 기업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이미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근 지역인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여 새 파운드리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텍사스주 당국에 앞으로 약 20년 동안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담은 지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총 투자 규모는 최대 1921억 달러(약 273조 원)에 이른다.

해당 계획은 텍사스주 차원의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선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립된 만큼 삼성전자가 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는 없다.
 
마이크론 '142조 투자' 놓친 미국 텍사스, 삼성전자에 러브콜 보낼까

▲ 삼성전자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그러나 텍사스주 당국이 마이크론의 투자 유치에 실패한 뒤에도 다른 기업의 공장을 확보하는 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에 적극적으로 투자 계획을 실현해달라는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과정에서 텍사스주 및 오스틴과 테일러 당국이 제공하는 지원금 및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규모도 늘어날 수 있다.

오스틴비즈니스저널은 “삼성전자에 이어 마이크론이 텍사스주 공장 부지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은 해당 지역이 갖추고 있는 장점과 경쟁력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는 모두 미국 정부에서 시행하는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공장 건설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막대한 지원금을 노리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지원 대상에 선정되려면 시설 투자의 지속가능성 등을 증명해야 하는 만큼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일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도 마이크론의 1천억 달러 규모 투자 발표에 대응해 이른 시일에 중장기 반도체 시설 투자 계획을 더욱 구체화해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서 장기간 반도체공장을 운영하며 현지 당국과 소통 및 전문인력 확보, 공장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 등 측면에서 모두 장점을 갖추고 있다.

오스틴비즈니스저널에 따르면 NXP반도체와 인피니언 등 다른 대형 반도체기업도 텍사스주 오스틴에 시설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제시한 투자 규모에는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텍사스주 당국이 당분간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스틴비즈니스저널은 “마이크론이 다른 곳에 투자를 결정했어도 텍사스주는 여전히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노력에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힌다”며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 가능성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