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니콘기업 만들기] 벤처기업에 인도는 글로벌 도약대가 될 수 있다

▲ 인도의 명문대학인 네루대학교에서는 한국어학과 경쟁률이 가장 치열하다. 사진은 인도 네루대학교 전경. <비즈니스스탠다드> 

[비즈니스포스트] 필자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인도에 다녀왔다. 지사 설립 준비를 위해 갔는데 인도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볼 기회도 됐다. 

현재 인도의 인구는 14억 명으로 중국과 같은 것으로 추산된다. 2050년에 인도는 약 17억 명이 되지만 중국은 13억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세안 주요 7개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279만대였다. 인도는 311만대였다. 

지금껏 애플은 중국에서 생산의 95%를 의존한 반면 인도에는 3% 정도 비중만을 뒀다. 그러나 애플은 중국에서 인도와 베트남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있다.

애플의 최대 공급처인 폭스콘은 인도에 공장을 설립했다. 애플의 인도 생산비중은 당장 올해 7%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인도가 중국에 이어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벤처기업들이 유니콘 기업을 지향한다면 인도에서 비즈니스 아이템을 잡거나 사업을 펼치면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5천만 명인데 인도는 14억 명이니 거의 30배 규모다. 인도 상류층만 해도 5천만 명이나 된다. 

많은 인도인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남자는 배가 나온 경우가 많았다. 중년 여성들 가운데서도 비만이 많았다.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인도인들의 식생활을 보면서 힌트를 찾았다. 

인도인들은 5시에 간식을 먹는다. 저녁식사는 9시에 한다. 이러니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열량을 언제 소비하고 잠을 청할 것인가?

청년들이야 생체리듬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50대로 넘어가면 이 활동이 현저하게 떨어져 그냥 지방으로 가기 쉽다. 더구나 인도의 기본 음식이 밀가루이니 더 살이 찌기 쉬운 식문화 구조이다. 

우리나라의 미래 핵심사업으로 보건, 의료, 바이오 등 건강 관련 분야가 꼽힌다. 이 사업은 반도체와 자동차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과대학에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집결한 지도 20년이 넘었는데 의사 직업을 내려놓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분들이 많다. 

이러한 분들이 인도 시장에 눈을 뜨고 진출 준비를 하면 유니콘 기업으로 가는 길이 가까워 질 수 있을 듯 하다. 지방의 의료건강 관련 혁신기업들이 서울에 진출할 생각을 말고 인도로 가면 어떨까.

아직 인도는 인건비가 우리의 10%에 불과하다. 영어가 통용돼 언어적 장벽도 높지 않다. 

이번 방문 기간에 인도의 명문대학인 네루대학을 찾았다. 이 대학에선 한국어학과 경쟁률이 가장 치열하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한국어학과를 졸업하면 한국 기업 취업 등 진로가 다양하다고 한다. 

네루대학 한국어학과에 재직하는 한국인 교수와 인도인 교수를 만났다. 이번 인도 출장을 통해 운영하는 사업체의 인도 지사장을 뽑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인도인 교수가 자신의 제자 가운데 선발해 주겠다고 했다.

한국어 검정시험에서 최소 5급 이상을 뽑아야 한다고 했더니 그에 해당하는 학생이 있다고 했다. 귀국 직전에 방문한 네루대학에서 이렇게 인재를 곧바로 뽑을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게 돼 그나마 행운이 있었다. 

그렇다고 인도가 만만한 나라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거래가 쉽게 뒤집히는 일도 많다고 한다. 인도 진출을 고려한다고 해서 섣부르게 결정해선 안 된다. 다음의 사항에 유념하길 바란다.

첫째, 인도에 진출하려는 목적과 사업 아이템이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한다. 인도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22년 기준으로 2321달러이다. 우리나라의 10%도 안 된다. 그만큼 모든 면에서 낙후되어 있다. 

첨단기술도 필요하지만 오히려 이런 나라에는 적정기술이 더 중요하다. 우리의 사양산업이 오히려 그곳에서는 더 많이 팔릴 수 있다. 

예를 들면 방충망 제조업, 하수관 제조업 등이 더 필요하다. 우리가 가진 기술이 인도의 어느 시장에서 통할 것인지를 먼저 따져본 뒤 접근하는 것이 좋다. 

둘째, 고위공무원을 통한 신뢰의 파이프라인 구축이 중요하다. 인도에 진출할 때 사적 관계로 접근하면 신뢰할만한 파트너를 쉽사리 만나기가 힘들다. 우선 고위공무원을 오랫동안 사귀어 보고 그분을 통해서 좋은 사람을 소개받으면 거래를 이루기가 한결 쉽다. 

이번 인도 방문에서도 필자는 과거 OECD 한국센터에서 인연을 만들었던 인도 고위공무원들과 다시 만나 회포를 풀었다. 그들이 내게 저녁을 사주고 시계까지 선물해 주었다. 

시장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가의 믿을 만한 고위공무원 몇 명을 확보해두어야 한다. 또 알게 된 뒤 수시로 연락해서 신뢰를 구축해 두어야 한다. 인맥은 관리하지 않으면 휘발유처럼 증발해 버린다. 특히 해외 인맥은 더 그렇다. 

셋째, 거래에서 마지막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계약서가 있어도 안심할 수 없는데 특히 계약서 작성 앞단에 오갔던 구두 약속들이 다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출하더라도 미리 대금을 받아두고 제조를 하고 선적 전에 미리 잔금을 받아야 한다.

중국은 불안하다. 미국은 자국독점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두 나라 사이에서 우리의 입장이 곤란하다. 어느 한쪽을 편 들 수 없다.

이러한 때 인도라는 대체재를 붙잡아야 한다. 지역의 유니콘 후보 기업들도 인도의 무한한 성장잠재력에 눈뜨길 바란다. 유니콘 기업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시아비즈니스동맹 의장 이경만
 
이경만 의장은 행정고시 38회에 합격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과장, 국장, OECD 한국센터 경쟁정책본부장,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현재는 혁신기업 지원, 지역균형발전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