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in리포트] LCD업황 악화, 삼성 LG 떠난 자리 중국업체 치킨게임

▲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경쟁 심화로 LCD 업황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중국 증권사의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제품 홍보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전 세계적으로 LCD 디스플레이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겹쳐 패널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업황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디스플레이업체가 사실상 손을 떼기로 한 LCD시장에서 중국 업체들 사이 물량 경쟁이 치열해지며 막대한 손해를 보는 '치킨게임'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TV용 LCD 가격 역대 최처지로 하락, 수요 줄고 재고는 늘어

1일 중국 시장조사업체 시노리서치의 ‘디스플레이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가전 업체들이 올해 TV용 LCD 디스플레이 발주 물량을 기존 계획보다 18%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노리서치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박과 코로나19 등 악재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TV용 LCD 디스플레이 수요가 전반적으로 더욱 위축됐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고객사의 디스플레이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TV용 LCD패널 가격 하락세는 8월에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TV용 LCD패널 평균 가격은 2021년 7월부터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8월 기준 65인치 LCD 평균 가격은 102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7월보다 5달러 하락해 3개월 연속으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현재 75인치 이하 TV용 LCD패널 가격은 대부분 생산 원가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를 생산할수록 수익성이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대부분의 LCD 생산 업체들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감산에 나서고 있지만 가격 하락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7월 기준 세계 LCD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73.3%로 6월과 비교해 2.3%포인트 낮아졌다. 8월에도 하락세가 지속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TV 등 전자제품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세계 TV 제조사들의 디스플레이 주문량은 2분기 보다 5~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전 세계적 경제 성장 둔화로 전자제품 수요 반등이 어렵고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LCD 재고를 소화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TV용 LCD 디스플레이 가격이 이른 시일에 안정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노리서치는 “8월 대형 디스플레이의 가격 하락폭이 다소 좁혀졌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안심하기 이르다”며 "디스플레이 공장 가동률이 낮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지가 패널 가격 반등에 열쇠"라고 바라봤다.
 
[차이나in리포트] LCD업황 악화, 삼성 LG 떠난 자리 중국업체 치킨게임

▲ 중국 대표적 디스플레이 업체 중 한 곳인 TCL화싱광뎬의 우한 공장.

◆ 중국 LCD 업황 악화에 '치킨게임' 돌입, 삼성 LG 구조조정 결단 주목

중국 LCD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저가 전략과 물량공세를 통해 단기간에 한국과 대만 경쟁사들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는 성과를 봤다.

그러나 거시경제 상황 악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디스플레이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이에 따른 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 TCL, 일본 소니 등 글로벌 TV 제조업체들이 올해 판매량 목표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며 LCD 주문량도 자연히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TV 등 전자제품 수요가 반등한다고 해도 LCD 업황 악화 추세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은 낮다.

최근 감산에 나선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물량 공세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에 따라 기존에 계획하고 있던 생산능력 확충 계획도 다시 추진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과 LCD 시장에서 맞경쟁하는 상황에 놓여 이들의 물량 공세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모두 LCD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고 올레드 패널을 중심으로 사업을 빠르게 재편해 나가고 있다.

삼성과 LG 등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떠난 자리에서 중국 기업들 사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경쟁업체가 시장에서 이탈할 때까지 물량 경쟁을 지속하는 치킨게임 양상이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한국 업체들이 LCD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점이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LCD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으며 퀸텀닷(QD) 디스플레이와 중소형 전자제품용 올레드 패널에 집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까지 한국에서 운영하는 LCD 생산라인을 모두 철수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노이서 기자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아래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여러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성장 전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노이서 중국 전문기자의 [차이나in리포트]는 중국 증권사들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리포트를 통해 중국 핵심 산업과 기업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고 의미를 파헤져 한국 및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시장 참여자들이 중국의 발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