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준기 회장을 포함한 현 DB그룹 경영진은 DB하이텍 팹리스(반도체설계)사업부를 인적분할하거나 차라리 매각하라.”

네이버 카페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31일 “DB하이텍이 팹리스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것은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단독]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팹리스 인적분할하거나 차라리 매각하라"

▲ 네이버 카페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DB하이텍에 팹리스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반대하면서 인적분할이나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단은 이날 서울 중구 모처에서 DB하이텍 팹리스사업부문의 분사와 관련해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소액주주로부터 의결권 행사에 관한 위임장을 확보해 DB하이텍의 팹리스사업부 물적분할을 막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일단 소액주주 10%의 의결권을 확보해 팹리스사업부의 물적분할 시도를 저지하기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며 “기관투자자, 외국인투자자도 적극적으로 우군으로 끌어들여 장기적으로는 지분 30%의 의결권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에 따르면 30일 현재까지 팹리스사업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소액주주 지분은 4.2%가 모였다.

DB하이텍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올해 6월말 기준 DB가 12.4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준기 DB 창업회장(3.61%)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17.84%이다. 반면 전체 소액주주 비율은 69.27%에 이른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DB하이텍 지분 9.35%를 들고 있는 만큼 향후 임시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과 관련한 소액주주와 회사간 지분대결이 이뤄진다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도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에선 기대하고 있다.

DB하이텍은 최근 팹리스사업부 물적분할을 추진한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팹리스사업부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분사를 포함해 다양한 전략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구체적 방법 및 시기 등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7월12일에 공시를 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통상 팹리스사업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같이 하게 되면 파운드리 고객사가 반도체 설계와 관련한 영업비밀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파운드리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DB하이텍의 팹리스사업부 분사 추진은 파운드리사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성장성 높은 팹리스사업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하지만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팹리스사업부가 물적분할되면 오히려 DB하이텍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물적분할을 통해 팹리스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둔다면 어느 누가 서로 다른 회사라고 보겠는가”면서 “고객사 비밀유출 우려 이슈를 해결하려면 인적분할을 통해 지분관계를 정리하거나 차라리 매각해 파운드리 성장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팹리스사업부가 물적분할하게 되면 기존 주주로서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없게 돼 과거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사례처럼 기존 주주는 손해만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업계에서는 DB하이텍의 팹리스사업부문 또는 DB하이텍 자체가 매물로 나온다면 이를 인수하려는 곳이 많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올해 3월에는 증권업계와 투자은행업계에서 SK스퀘어가 DB가 쥔 DB하이텍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DB하이텍이 이르면 10월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팹리스사업부의 물적분할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팹리스사업부 물적분할 반대 활동이 DB하이텍의 경영권을 침해하거나 DB하이텍 주가를 의도적으로 높이기 위한 작전이라는 시선이 나오는 것을 경계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단기적으로는 DB하이텍의 물적분할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소액주주 운동을 통해 DB하이텍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측과 대등한 입장에서 소통해 DB하이텍의 동반자로서 회사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이런 소액주주연대의 움직임과 관련해 “법에 정해진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