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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in리포트] 미국 반도체 SW 수출규제, 중국 기술 내재화 재촉한다

노이서 기자 nyeong0116@businesspost.co.kr 2022-08-3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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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in리포트] 미국 반도체 SW 수출규제, 중국 기술 내재화 재촉한다

▲ 중국 최대 EDA 업체 화다쥬톈의 왕단(오른쪽) 사장이 '중국 반도체 설계 성과상 20주년 특수 공헌상'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하며 사실상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무역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의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수입하기 어려워지면 첨단 반도체를 설계하고 양산하는 과정에서 큰 제약을 받을 수 있어 중국 반도체 기업의 소프트웨어 내재화가 시급하다는 중국 증권사의 분석이 나온다.

◆ 미국 반도체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 중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 목적

30일 중국 재통증권의 '컴퓨터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산업안보국(BIS)은 현지시각으로 15일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가스터빈엔진 가압연소 기술, 반도체 소재용 다이아몬드와 산화갈륨 등 4개 품목을 수출 통제 목록에 올렸다.

이번 조치에 따라 미국 기업이 해당 품목을 해외에 수출하려면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 등 요소를 고려해 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재통증권은 이를 두고 "오히려 중국 반도체 소프트웨어 내재화 속도가 더 빨라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주요 수출 통제 대상국으로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명백하게 담겨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에서 이를 규제한다면 중국 내 반도체 기업들이 사업에 큰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EDA 소프트웨어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공정 개발에 쓰이는 기술이다. 이는 3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핵심 제품이다.

재통증권은 중국에서 이번 규제를 계기로 반도체 소프트웨어 국산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국의 경쟁력이 글로벌 업체들과 맞먹을 만큼 향상되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반도체 소프트웨어 산업은 기술적 장벽이 높아 소수의 대기업이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시놉시스와 케이덴스, 멘토그래픽 등 3대 업체가 전 세계 시장점유율 60~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8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설계 시장 규모는 2014년 1051억 위안(20조5천억 원)에서 2020년 4519억 위안(88조500억 원)으로 연평균 23.17%씩 증가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차이나in리포트] 미국 반도체 SW 수출규제, 중국 기술 내재화 재촉한다

▲ 중국 최대 EDA 업체 화다쥬톈의 전원관리 EDA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 EDA 수출 통제 장기적 관점에서 영향, 중국 국산화 목표 세워

미국의 소프트웨어 수출 규제가 당장 중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GAA 트랜지스터 기반 EDA는 3나노 이하 반도체 설계에 사용되지만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은 아직 7나노 이상에 머물러 있다.

일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그래픽스처리장치(GPU)용 반도체에는 7나노 반도체 설계 기술이 쓰이고 있지만 TV와 자동차 등 대부분의 제품에는 28나노 혹은 16나노급 반도체 설계 기술이 사용된다.

그러나 중국이 첨단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수입하는 데 제약을 받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첨단 반도체 설계 기술력을 확보하고 양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서버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에서 사용되는 반도체 기술력을 갖추려면 결국 중국도 3나노와 2나노 등 반도체 기술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EDA 수출 통제 전략으로 중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력이 첨단 반도체 분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미리 제동장치를 걸어둔 셈이다.

바이든 정부가 최근 내놓은 반도체 지원 법안도 중국 반도체 산업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지원법 세부 내용에 따르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은 기업은 10년 동안 중국 반도체 시설 투자에 제약을 받는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대만을 포함시켜 구성하려는 ‘칩4’ 동맹 역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시각이 유력하다.

다만 미국의 의도대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꺾일지는 미지수다.

미국 정부가 2018년부터 중국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견제를 시작하면서 중국이 반도체 기술 내재화 필요성을 깨닫고 빠르게 성장을 추진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반도체 소프트웨어 수출 규제도 중국이 자체 기술력을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결과로 이어져 미국이 오히려 불리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내놓은 ‘반도체 5개년 계획과 2035년 장기목표 가이드라인’을 통해 EDA 국산화를 7대 핵심기술 분야에서 이뤄야 하는 첫 번째 목표로 설정했다.

현재 중국 EDA 업체들의 기술력은 아직 미국 주요 경쟁사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서서히 글로벌 선두업체들을 추격해 나가고 있다.

중국 재통증권은 “EDA는 반도체 설계의 최전방 산업인 만큼 앞으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이 기술 확보 기회를 놓치게 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분야기 때문에 국산화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적당한 시기가 왔다”고 분석했다. 노이서 기자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아래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여러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성장 전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노이서 중국 전문기자의 [차이나in리포트]는 중국 증권사들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리포트를 통해 중국 핵심 산업과 기업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고 의미를 파헤져 한국 및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시장 참여자들이 중국의 발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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