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철학과를 졸업하면 10명 중 1명이 교수가 됩니다."

철학과 학과 설명회에서 '교수'라는 단어에 강의실에 앉아있던 학생들은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학생들의 빛나던 눈빛은 이어진 말에 순식간에 시들해졌다.
 
대기업으로 '직행버스' 끊긴 대이직시대, 이제 환승은 필수가 됐다

▲ 대기업 직행이 힘들어지고 있다. 이제 돌아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 기업에서 채용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9명은 실업자가 됩니다."

내가 입학했을 당시 대학교는 '광역학부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학과를 정하지 않고 인문대, 사회대 같은 단과대학으로 입학해 1년 동안 공부한 뒤 2학년에 올라가면서 학과를 선택했다. 1학년에게는 각 학과의 학문을 체험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 수업이 제공됐다. 

내가 속한 인문대학은 취업과 지독히도 멀리 떨어져 있는 이른바 '문사철'로 학과가 구성돼 있었다. 그 중에서도 철학과는 취업에 관한 한 단연 최악이었다. 10명 가운데 9명이 실업자가 된다는 교수의 말은 지나고 보니 거짓말이었다. 100명 중 1명이 교수가 되고 나머지 99명이 실업자가 된다는 표현이 더 맞을 정도의 '비취업', 아니 '반취업' 학과였다.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한지도 한참 됐다. 기업의 공채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면서 문과대 졸업생들은 사회 진출의 통로를 찾지 못 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인원의 61.0%가 이공계였다. 인문계열은 36.7%에 불과했다.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는 문과 출신들의 취업 고민이 줄을 잇고 있다. 어떤 사람은 대기업을 목표로 준비하다가 공기업으로 눈을 돌렸고, 공무원 시험을 몇 번 떨어지고 나니 나이가 들어버려 이제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도 환영 받지 못한 존재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글을 읽다 보면 착잡하면서도 답답해진다. 경력직 중심으로 채용시장이 재편되면서 대졸 신입사원 공채는 거의 사라졌다. 대기업이나 금융회사로 직접 가는 버스가 운행을 중단한 셈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가뭄에 콩나듯 다니는 직행버스를 타겠다고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 목격된다.

목적지에 직접 가는 버스가 없다면 중간에 차를 갈아타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최종 목적지로 가는 버스로 갈아 탈 수 있는 중간기착지를 찾아내서 그곳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대기업이든 금융회사든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직접 가는 길이 막혔다면 돌아가야 한다. 작은 기업에서부터 경력을 쌓아 점점 큰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다.

서유럽국가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을 사용해 원하는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거나 그곳을 향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대기업으로 '직행버스' 끊긴 대이직시대, 이제 환승은 필수가 됐다

▲ 윤애숙 커리어케어 브랜드 매니저.


우리는 이직이 일상화되고 있는 대이직시대에 살고 있다.

푸른 초원을 찾아 계속해서 이동하는 아프리카 세렝게티의 누(Gnu)나 얼룩말, 가젤처럼 커리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직장을 옮기고 직무를 바꾼다. 이직은 더 이상 흠이 아니며 잘 하면 커리어 관리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목적지로 가는 길은 무수히 많다. 목적지가 어디냐에 따라 백양백색의 경로가 존재한다.

그러니 외길만 고집하면서 오지도 않을 직행버스를 기다리느라 시간만 허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헤드헌팅회사에서 일하면서 직업과 직장이 정말 다양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 도달하는 길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수많은 직장인들이 직무와 직장을 바꿔 가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보게 됐다.

헤드헌팅회사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것이 또 하나 있다. 조금만 공을 들이면 헤드헌터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헤드헌터는 직무와 직장과 직업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내가 속해 있는 회사에는 100여 명의 헤드헌터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산업과 기업, 그리고 직무에 있어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다. 

헤드헌터들은 주요 기업의 내부사정을 훤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 목적지에 도달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회사 안에 채용담당자들이 수두룩한데도 기업들이 인재를 찾고 검증하기 위해 헤드헌팅회사에 손을 내미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윤애숙 커리어케어 브랜드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