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증권업계의 공매도 관련 규정 위반과 자산운용업계의 차명투자 의혹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금융투자업계를 향한 투자자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앞서 금융투자업계를 뒤흔들었던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등 대형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상흔이 여전한 가운데 또다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발생해 금융투자업계를 대변하는 한국금융투자협회가 나서 업계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자의눈] 불법 공매도에 대통령까지 화내, 금투협 자율규제는 실종됐나

▲ 증권업계의 공매도 규정 위반에 투자자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강조한 자율규제의 실효성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공매도 관련 제도 개선 및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방안을 내놓으며 불법 공매도 근절에 팔을 걷어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공매도 규정을 위반해 줄줄이 과태료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 기관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긴급회의 및 브리핑을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7월28일 긴급 합동브리핑을 열고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불법 공매도 사건이 적발되면 금융당국과 대검찰청 등이 협력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범죄 수익·은닉 재산을 박탈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다만 이와 같은 금융당국의 움직임과 관련해 자칫 금융투자업계의 자정기능 혹은 금융투자협회가 강조해 온 '자율규제'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관치금융'만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는 자율규제 통해 자본시장 건전성 강화를 꾀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역시 공식 석상에서 여러차례 금융투자업계의 자율규제 기능을 강조한 바 있다. 

나 회장은 협회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한국금융투자협회는 금융투자산업과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업무질서 유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선제적 자율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자본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금융당국과 자본시장 사이 '가교' 역할을 맡아 금융투자업계를 대변한다. 정부를 향해 규제완화를 요청하고 새로운 금융제도 도입 등 자본시장 선진화에 힘을 보태기도 한다. 

일례로 금융투자협회는 금융투자업계의 숙원 가운데 하나였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국내 도입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꾸준히 정부를 향해 디폴트옵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고 결국 올해 법령 개정을 이끌어 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선택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에 도입됐고 국내에서는 2010년대부터 도입을 시도했지만 법령 개정에 실패하면서 그동안 도입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처럼 금융투자협회가 업계를 대변해 규제 완화 등을 정부에 요청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업계의 자율규제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규제를 풀어줘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금융투자협회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율규제가 작동하지 못하면 정부와 사정기관의 강도높은 칼날이 작동할 수밖에 없고 시장은 관치에 휘둘리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가 벌어졌을 당시에도 금융투자협회는 자율규제를 강조했다. 

당시 나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과 협회의 자율규제 강화에 힘쓰고 구체적 실천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시장 건전화와 회원사의 자체적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자율규제위원회'를 운영하며 자본시장 건전성 제고에 힘을 쏟겠다고 한 만큼 서둘러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투자자들이 시장에 신뢰를 보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는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맞춰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한국선물협회 등이 통합돼 출범한 금융단체로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한다.

금융투자협회 설립 목적에는 △금융기관 상호간의 업무질서 유지 △공정한 거래 확립 및 투자자 보호 △금융투자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 등이 적혀 있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