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니로와 레이 활용해 목적기반모빌리티 선점, 세계 1위 발판 다져

▲ 기아는 2월 PBV 방향성을 담은 레이 1인승 밴을 출시했다.  사진은 레이 1인승 밴과 자율주행 PBV 콘셉트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기아가 PBV(목적기반모빌리티) 시장의 본격 개화에 앞서 기존 모델을 활용한 초기 시장 선점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아는 하반기 출시를 앞둔 레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과 내년에 출시될 레이EV를 통해 고객 니즈를 찾은 뒤 2025년 내놓은 전용 PBV 전기차로 2030년 PBV 세계 1위로 가기 위한 디딤돌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기아에 따르면 파생형 PBV 라인업에 레이 1인승 밴과 니로플러스에 이어 레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과 레이EV(전기차)를 추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아는 9월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레이 부분변경 모델에 5인승 풀플랫(모든 좌석을 평평하게 접을 수 있는 모델)을 적용해 차박이나 파트타임 배송 등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 활용성을 대폭 개선할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내년에 출시하는 레이EV와 관련해 최근 기아는 '레이EV(전기차)를 활용한 PBV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아이디어 접수를 시작했다.

기아는 공모 부문을 소상공인 및 스타트업 사업자, 일상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차량을 사용하는 일반인, 특장차 비즈니스 운영업체 등 3가지로 나눠 진행한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차량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기능을 갖춘 레이EV의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하면 20팀을 선정해 시상한다.

레이EV의 출시 이전 단계에서부터 고객 요구를 반영해 PBV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PBV는 기존 운전자 중심의 자동차 개념을 넘어 사용 목적에 초점을 둔 간결한 구조의 이동 수단을 말한다. 차체를 움직이는 하부와 사람 또는 사물을 위한 상부로 나뉘어 상부 설계에 따라 다양하게 용도를 바꿀 수 있어 카페, 식당, 병원 등의 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기아는 단기적으로는 파생형 PBV로 먼저 신시장을 개척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용 PBV와 자율주행기술을 앞세워 전 세계에 PBV 공급 물량을 점차적으로 늘려 나가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레이와 니로 등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기존모델을 활용한 파생형 PBV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한 뒤 전용 PBV 전기차로 선도적 입지를 다져나가겠다는 것이다.

기아는 전용 PBV가 본격 양산되는 2025년까지 파생 PBV인 레이(전기차 포함)와 니로플러스의 고객 경험을 활용해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PBV를 만들기 위한 레퍼런스를 쌓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5월 말 니로플러스 택시모델과 업무용 모델을 내놓고 기아의 첫번째 PBV라고 소개했다. 니로플러스는 1세대 니로EV를 바탕으로 실내 전고를 80mm 높여 승하차성을 개선하고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기아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니로플러스 택시모델 보급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PBV는 고객별 맞춤형으로 설계 및 생산되는 상용차 시장으로 분류되는데 기아는 기업 고객과 협업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21일 기아는 CJ대한통운과 친환경 물류에 최적화된 PBV 개발 및 이와 연계한 솔루션 사업화를 위해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라 기아는 올해부터 CJ대한통운에 봉고III EV(전기차)를 공급하고 앞으로 CJ대한통운의 친환경 물류 사업에 최적화된 PBV를 개발해 2025년부터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CJ대한통운이 봉고III EV의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 요건을 제시하고 기아가 이를 전용 PBV 모델 개발 및 봉고III EV의 상품성 개선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발 협력이 이뤄진다.

앞서 올해 4월에는 쿠팡과 업무협약을 맺고 물류·유통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PBV 연계 실증사업을 수행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적용한 쿠팡 전용 PBV를 공동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두 회사는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에 특화된 미드(중형)와 라지(대형) 차급의 쿠팡 전용 PBV를 공동 개발하는 데도 협력하기로 했다.

기아는 이와 같이 기업 고객과 협력해 PBV 조기 시장에 진출하고 PBV 관련 컨셉 검증을 진행할 수 있는 창구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아 니로와 레이 활용해 목적기반모빌리티 선점, 세계 1위 발판 다져

▲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PBV 콘셉트. <현대자동차그룹>

업계에서는 PBV 사업의 본격적 개화 시점을 전용 PBV 전기차가 출시될 2025년 전후로 보고 있다.

기아는 최근 수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2025년 양산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 전용 PBV 전기차 공장 착공에 들어갈 계획을 발표했다. 전용 PBV는 평평한 'PBV 전용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위에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차체를 결합할 수 있는 차량을 말한다.

기아는 2025년 양산하는 전용 PBV를 중형급 차량으로 우선 개발하는 방침을 추진한다. 이는 시장 수요와 사업 범위를 고려한 선택으로 미드 PBV는 라이드 헤일링(호출형 차량 공유),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 소형 카고밴 등 다양한 운행 목적을 소화할 수 있다.

기아는 미드 PBV를 도입한 뒤 그 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이크로(소형) PBV와 라지(대형) PBV로 라인업을 확대해 2030년 글로벌 PBV 1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마이크로 PBV는 소량의 음식이나 생활용품 등의 무인 자율주행 배송에 사용된다. 라지 PBV는 일반물류, 다인승 셔틀, 이동식 오피스 등 다양한 서비스에 쓰인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아의 차별적 투자 포인트는 차세대 B2B(기업간 거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PBV 사업에 있다"며 "2022년은 PBV 사업 역량이 확인되기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