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VIEW] 전세시장 역전세난은 가격급락의 방아쇠

▲ 기준금리의 추가 상승은 전세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아파트. 

[비즈니스포스트] 대한민국 주택시장에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전세는 월세와 더불어 민간임대차 시장의 양대 축이며, 매매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기준금리의 유례 없는 빠른 상승이 전세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가공할 정도이며, 기준금리의 추가 상승은 전세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기준금리의 방향성을 주시함과 동시에 전세시장의 향배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전세시장의 방향성이 매매시장의 가격 방향성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8월 전세대란설이 무색한 전세시장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올 8월에 전세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자칭, 타칭 전문가들의 예측이 무색하게 전세시장은 하향안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자료를 보면 7월12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9900건으로 1년 전보다 무려 51%나 증가했다. 경기도는 96%, 인천은 127%로 1년 만에 각각 두 배씩 증가했다.

가격 또한 하향안정세다. 한국부동산원의 6월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월간 주택종합 전세가격은 수도권(-0.02%→-0.04%)과 서울(-0.01%→-0.02%) 모두 전월 대비 하락폭이 커졌다.

최근 주목할 만한 민간 임대차시장의 변화는 월세거래의 폭증이다. 7월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는 4만208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상반기 기준으로 최대치다.

심지어 4만 건을 넘은 것도 올해가 최초다. 서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낀 계약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35.8%에서 올해 39.9%로 치솟았다. 반면 전세는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60.1%)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전세시장이 꺾인 이유는? 

'8월 전세대란설'이 무색해진 가장 큰 까닭은 단연 유례 없이 빠른 속도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25%로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가 연 2.25%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4년 8월 이후 7년11개월 만이다. 기준금리는 2021년 8월26일 0.5%에서 25bp올라 0.75%가 된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아 3배가 치솟은 셈이다. 

기준금리가 이렇게 앙등하니 전세대출 금리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세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는 연 4.1~5.08%인데, 이는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해 8월(연 2.71~3.64%)과 비교하면 최대 1.4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특기할 대목은 하나은행의 전세대출 금리(연 4.8~6.2%) 상단이 6% 선을 넘었다는 것인데, 전세대출 최고 금리가 6%를 돌파한 건 2012년 상반기(1~6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월세전환율은 전국 5.8%, 서울 4.8%로 현시점 시중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 상단인 6.20%보다 더 낮다.

이렇게 되면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로 살며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로 사는 편이 저렴하게 된다.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이렇듯 전세수요를 줄이는 한편 앞에서 살핀 것처럼 전세매물의 폭증을 야기한다. 전세수요는 줄고 전세공급이 느니 사용가치로만 구성된 전세시장이 안정되는 것은 정한 이치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터라 은행권 전세대출상품 금리 평균이 6%에 도달할 가능성 또한 높아졌고 이는 전세의 월세화를 한층 강화시켜 전세시장의 하향안정화 추세를 견인할 것이다.

전세시장의 하향안정화가 역전세난으로 귀결될 때

본디 전세시장은 매매시장에 비해 금리의 변동에 훨씬 민감하다. 매매시장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많아 금리의 상승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반면, 전세시장은 전적으로 사용가치로 이뤄진 시장인지라 금리의 상승에 곧바로 반응한다.

기준금리의 추세적 상승에 수반해 전세대출금리 평균이 6%를 터치하게 되면 전세수요는 극도로 위축될 것이고, 예·적금 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다주택자들의 전세공급을 강하게 추동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근년 형성된 전세시장 가격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높았다. 그런데 기준금리의 상승추세와 전세시장의 하향안정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최고점에 형성됐던 전세물량들의 만기가 도래할 때 역전세난에 봉착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기준금리의 상승추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만나는 역전세난은 늘 매매시장의 급락을 불러왔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매물들이 동시에 시장에 출회되고 매수세가 사라진 가운데 매물들간의 가격하락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시장참여자들이 기준금리의 방향성과 더불어 전세시장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