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미국 반도체법 타고 투자 늘리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불리

▲ 메모리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힘입어 현지 생산투자 확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아이다호주 마이크론 본사.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마이크론이 최근 의회에서 입법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는 반도체 지원법 통과를 전제로 미국 내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및 연구개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생산 거점을 한국과 중국에서 운영하는 만큼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 방향성을 고려할 때 갈수록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21일 지역언론 보이스데브에 따르면 지나 레이먼도 미국 상무장관은 마이크론의 아이다호주 반도체공장 증설 투자가 미국 의회의 반도체 지원법 통과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보이스데브는 최근 마이크론이 아이다호주 보이스에 위치한 본사에 새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이먼도 장관이 이런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다.

그가 마이크론의 투자 계획을 언급한 것은 미국 의회에서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반도체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의 시설투자 지원금 및 추가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최근 미국 상원에서 다수 찬성표를 받아 본격적으로 법제화 절차에 들어갔고 앞으로 상원 및 하원의 최종 표결 등 절차를 앞두고 있다.

마이크론 이외에 삼성전자와 인텔, TSMC 등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이 법안 통과에 집중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으로 거론된다.

이 가운데 마이크론은 유일하게 미국에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게 된다는 점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한국과 미국에만 D램 및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미국에 메모리반도체 생산 투자 계획은 공식적으로 검토되지 않았다.

마이크론이 반도체 지원법 통과에 따라 미국 메모리공장 투자에 막대한 지원금 및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면 원가 경쟁력과 미국 내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큰 장점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를 지원 법안에 궁극적 목표로 내세운 만큼 미국에 공장을 둔 서버 고객사나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현지에서 생산한 마이크론 반도체를 우선적으로 사들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앞으로 10년 동안 메모리반도체에 연평균 20조 원에 이르는 공격적 시설 투자를 예고했다. 반도체 지원법 통과가 확정되면 투자 규모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수요 둔화와 원가 상승 등 영향을 반영해 중장기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 셈이다.
마이크론 미국 반도체법 타고 투자 늘리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불리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

마이크론은 최근 미국 IT전문지 프로토콜에 직접 기고문을 내고 반도체 지원법 통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회의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반도체 지원법 시행은 미국 내 공장 투자를 유도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결국 법안이 시행되는 대로 아이다호주를 포함한 주요 반도체 생산공장 및 연구센터 부지를 탐색하고 생산 투자를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유리한 반도체 생산 원가 구조를 갖춰낸다면 앞으로 시장 점유율과 고객사 기반을 늘려 한국 반도체기업을 위협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추진을 포함한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에 오히려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첨단 반도체장비 반입 등을 규제할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공장 생산 투자를 축소하거나 가동률을 낮춰 메모리반도체 원가 측면에서 악영향을 받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지원이 궁극적으로 마이크론이나 인텔 등 자국 반도체기업에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중장기적으로 경쟁에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반도체 지원법이 의회를 통과해 시행 단계에 접어들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고 마이크론이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원가 경쟁력에 얼마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삼성전자가 새 성장동력인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서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미국 공장 투자에 도움을 받으며 메모리반도체 경쟁력 약화를 다소 만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기고문에서 “미국은 반드시 동아시아 국가에서 반도체 등 부품 수입 의존을 낮추고 자체적으로 지속가능한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