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통회사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잰걸음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확보해 유통 채널의 혁신을 꾀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데스크리포트 7월] 유통업계 스타트업 투자 '잰걸음', 혁신 밑거름으로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6일 이마트는 유통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미래에셋-이마트 신성장투자조합1호'를 결성했다. 이마트와 미래에셋그룹이 500억 원씩 출자하는 1대 1 매칭펀드다.

이마트와 미래에셋그룹은 유통산업 내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한 선도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펀드 조성을 결정했다.

이마트는 이 펀드를 통해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성장 단계에 진입한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 시너지와 관련한 내용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기존 사업 기반을 강화하고 성장과 생존에 필요한 미래사업 기회와 역량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와 달리 롯데그룹은 해마다 특정 계열사가 주축이 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2020년에는 롯데마트, 2021년에는 롯데월드가 앞장선 데 이어 2022년에는 롯데슈퍼가 주축이 돼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롯데벤처스 등과 손잡고 '2022 B.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챌린지' 업무협약을 맺었다.

롯데그룹은 이를 통해 유통산업과 관련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매장 상태 인식', '고객 셀프 계산', '무인 전화 주문', 'AI 빅데이터 분석' 등 유통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 3곳을 선발한다.

최종 선정된 스타트업은 롯데슈퍼 현업 부서와 6개월 간 협업하며 온·오프라인에서 기술과 서비스를 실제 점검해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유통 혁신뿐 아니라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 구축을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를 이어가기도 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MZ세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에 투자해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편의점 콘셉트의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나이스웨더에 3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천연소가죽 소재 커스터마이징 액세서리 스타트업 스미스앤레더에 20억 원을 투자했다.

스미스앤레더는 스마트폰 케이스·자동차 키케이스·골프 액세서리 등 천연소가죽 상품들을 선보이면서 차별화된 고객 맞춤형 콘텐츠로 MZ세대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7월] 유통업계 스타트업 투자 '잰걸음', 혁신 밑거름으로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홈쇼핑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로 신기술 또는 경쟁력을 갖춘 제품 등을 선점하고 해당 기업들의 성장에 따른 투자 수익도 바라본다.

홈쇼핑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는 송출수수료 부담 가중에 따른 '탈 TV' 전략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삼고 소비 채널 다각화 트렌드를 반영하며 다양한 지분 투자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거나 TV홈쇼핑에 집중된 수익 구조 분산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스타트업 투자가 가장 눈에 띄는 곳은 CJ온스타일(CJENM 커머스부문)이다. CJ온스타일은 패션, 리빙 등 핵심 카테고리 강화 및 연관 밸류체인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직간접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CJ온스타일은 올해 2월 리빙 카테고리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프리미엄 리빙 전문 플랫폼 콜렉션비를 운영하는 브런트에 30억 원을 투자해 약 12%의 지분을 인수하며 2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3월에는 120억 원 규모의 생활공작소 시리즈A 투자에 IMM인베스트먼트, 에이벤처스 등 벤처캐피탈(VC)들과 함께 참여했다.

4월에는 주얼리 버티컬 플랫폼 아몬즈의 운영업체인 비주얼에 30억 원을 투자했고, 6월에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인 머스트잇에 2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패션 카테고리 경쟁력 제고를 꾀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앞서 지난해에도 명품 해외 직구 플랫폼 애트니와 건강기능식 수입유통사 엔라이즈, 리테일 테크 스타트업 아이딕션 등에 모두 40억여 원을 직접 투자한 바 있다.

지난해 GS홈쇼핑을 흡수 합병한 GS리테일도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퀵커머스와 푸드테크, 반려동물 등 성장성이 높은 사업 위주로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1년간 GS리테일의 투자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함께 반려동물 전문몰 펫프렌즈를 공동 인수했으며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및 퍼미라와 공동으로 요기요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 

또 자체 3D 비전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제조·물류용 로봇 정밀제어 솔루션을 보유한 씨메스에 40억 원, 동영상 변환·압축 및 실시간 스트리밍 최적화 원천기술을 보유한 요쿠스에 10억 원을 신규 투자하기도 했다. 
 
[데스크리포트 7월] 유통업계 스타트업 투자 '잰걸음', 혁신 밑거름으로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올해 초에도 푸드 스타트업 쿠캣을 550억 원에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동물병원 경영지원 브랜드 벳아너스를 운영하는 아이엠디티에 25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롯데홈쇼핑 역시 최근 1년 동안 실감형 영상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포바이포에 30억 원,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에 250억 원을 직접 투자하는 등 신사업인 콘텐츠 커머스 강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밖에 마켓컬리는 올해 4월 농식품 스타트업 록야에 총 100억 원을 투자했다. 컬리는 올해 초 커뮤니티 스타트업 헤이조이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전자결제대행(PG)업체 페이봇을 인수하고 올해 연내 간편결제 핀테크 서비스 컬리페이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또한 지난해 말 드라이아이스 제조업체 빅텍스에도 지분 투자를 진행해 2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