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in리포트] 중국 철강 가격 약세 장기화, 한국 철강산업에 악영향

▲ 중국 최대 철강업체 바오산철강 생산단지. <바오산철강>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에서 철강제품 수요 감소로 당분간 철강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계절적 비수기가 끝나는 9월부터는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 저가의 중국산 철강 유입이 늘어나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비롯한 한국 철강 기업들이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매출과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 화안증권 “중국 철강 가격 하락세 지속, 9월까지 비수기 영향권”

3일 중국 화안증권의 '철강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거래되는 철강제품 평균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확대돼 경기전망에 민감한 원자재 가운데 철강 가격도 하락한 것이다.

중국 철강 연구기관인 마이스틸에서 발표한 6월20일~26일 철강재 종합가격지수는 직전 주보다 5.95%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철강 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1톤당 800위안으로 직전 주보다 10.01% 내렸고 코크스 가격은 8.31% 하락했다.

화안증권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 철강 기업 실적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수요가 저조하고 비수기 영향을 받아 대부분 기업들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았고 실물경제 회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신용대출 규모도 늘어났으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둔화된 경기와 철강 수요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 기업들은 최근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감산 조치를 단행하고 유지보수 작업에 들어갔으며 이에 따라 원료로 쓰이는 철광석 수요가 줄어 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화안증권은 중국 철강 가격이 건설업황 부진에 따라 단기적으로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야금공업계획연구원은 ‘2021년 중국 철강 수요 예측 결과’를 통해 2021년 중국 내수시장 전체 철강 소비량 9억8100톤 가운데 건설용이 6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40%는 조선과 자동차, 가전, 컨테이너, 철도 등 산업이 차지했다.

중국 주택, 상업빌딩, 인프라 등 건설업계가 철강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장마철과 무더위로 건설 환경이 좋지 않은 여름은 철강업계 비수기이기도 하다.

특히 남쪽 지역에 위치해 있는 철강 기업들은 장마철에 홍수 피해와 폭우 영향을 가장 크게 받기 때문에 제품을 생산해도 운송을 미루는 사례가 많다.

건설업계의 철강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시기는 9월 전후로 예상된다.

당초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내렸던 봉쇄조치를 6월1일 해제한 직후 억제돼 있던 철강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코로나19 영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비수기 효과로 철강 수요는 당분간 약세를 유지하고 9~10월 성수기에야 철강 가격 전환점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차이나in리포트] 중국 철강 가격 약세 장기화, 한국 철강산업에 악영향

▲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선재 창고. <포스코> 

◆ 중국 저가 철강제품 유입으로 한국 철강업계 실적도 악영향

중국에서 그동안 수요 감소로 쌓였던 철강 재고는 낮은 가격에 한국과 전 세계로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저가 중국산 철강 제품 수입이 늘어나며 한국 철강업계에도 상당한 압박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5월 들어 한국의 중국산 철강 수입량은 77만 톤으로 지난해 5월보다 33.1% 증가했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한국 철강 기업들은 하반기부터 전기요금 인상 등에 따른 원가 부담을 안게 됐는데 제품 판매가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마저 줄어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다.

포스코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 비수기를 고려해 7월 열연강판 가격을 1톤당 5만원 인하했으며 현대제철 역시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공산이 크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감산을 결정하면 보통 한국 철강업계에서 이를 호재로 받아들인다.

중국 철강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상황이 해소되며 균형이 맞춰질 수 있고 한국 기업의 수출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강 수요 자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거시경제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국 철강기업이 중국 감산에 따른 수혜를 받아 수출량을 늘릴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 철강 수출은 2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전년동기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5월 철강 수출량은 226만 톤으로 지난해 5월보다 0.8% 감소했다.

다만 9월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철강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전환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사들은 한국 주요 철강기업들과 하반기 후판 가격을 놓고 협상을 시작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최근 철강과 원자재 상승세가 꺾이고 있어 후판 가격 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기업은 당분간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산 철강에 밀릴 가능성이 있지만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현재보다 나은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노이서 기자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아래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여러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성장 전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노이서 중국 전문기자의 [차이나in리포트]는 중국 증권사들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리포트를 통해 중국 핵심 산업과 기업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고 의미를 파헤져 한국 및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시장 참여자들이 중국의 발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