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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체력 effect] 농구 코트를 누빈 154센티미터 송은이님에게

마녀체력 withbutton@icloud.com 2022-07-03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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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안녕하세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송은이님의 팬이라고 자처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꿰고 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평소 개그나 예능 방송을 전혀 즐겨 보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송은이님의 명성만은 익히 알고 있답니다.

주변부를 맴돌던 개그우먼에서, 미디어를 주름잡는 기획자로 훌쩍 성장한 당신을 모를 수는 없지요. 요즘엔 어느 채널을 돌려 봐도 송은이님 얼굴이 툭툭 튀어나오니까요.
 
[마녀체력 effect] 농구 코트를 누빈 154센티미터 송은이님에게

▲ JTBC '마녀체력 농구부'에 출연하는 송은이씨.


게다가 지금은 잘 나가는 CEO이기도 하잖아요. 여성 개그맨 후배들을 그러모아 회사를 차렸다는 뉴스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물개 박수를 쳤답니다. 그 자그마한 체구에 대체 얼마만 한 강단이 숨어 있는 건가요. 

송은이 님의 인기를 가장 실감한 건 2019년입니다. 한 해를 결산하는 방송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을 때지요. 역시나 시상식을 보진 못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입을 모아 감격스러운 소식을 전하더군요. 혼자서는 약할 수밖에 없지만, 모임으로써 단단해진 여성의 연대를 몸소 증명해 냈기 때문입니다.

후배들이 모여들어 내 일처럼 기뻐해 주고, 함께 눈물 흘리는 모습에 다들 울컥했대요. 드라마 같은 데서 흔히 써먹는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라는 사회의 고정관념을 한방에 무너뜨린 셈이니까요.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 싶다는 송은이님의 강력한 리더십이 끈끈한 본드 역할을 했나 봅니다.

최근에 저는 송은이님을 코앞에서 영접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기억하시나요? JTBC의 '마녀체력 농구부'에 게스트로 잠깐 출연했거든요. 카메라 앞에 서면 가슴이 울렁거리는데도 불구하고, 텔레비전 방송에 얼굴을 내민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쓴 '마녀체력'이라는 책에서, 영광스럽게도 프로그램의 제목을 따왔다는 인연. 두 번째는 저질체력의 소유자들이 운동을 통해 점점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취지가 맘에 들어서. 그거야말로 제가 책으로, 강연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은 메시지니까요. 세 번째는? 아마도 농구 코트에서 뛰는 송은이 님을 직접 보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을 겁니다.

처음엔 선수 출신인 남성 감독과 코치처럼, 저조차도 송은이님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답니다. 하고 많은 종목 중에 하필 농구라니! 농구가 대체 어떤 스포츠입니까. 일단 키가 커야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운동입니다. 경기 내내 부담스러운 크기의 공을 계속 땅에 튀기거나, 다른 선수에게 패스하거나, 높은 골대를 향해 던져야 하지요.

선수들끼리 몸싸움이 심하고, 무엇보다 넓은 코트를 종횡무진 뛰어다닐 정도의 체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나이 50에, 키가 154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여성에겐 얼마나 불리할까요. 그러나 제가 매 경기마다 지켜본 송은이님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습니다. 커다란 공을 드리블하고, 패스하고, 슛을 쏘면서, 후배들 앞에서 여봐란 듯이 에이스 역할을 해냈지요.
 
[마녀체력 effect] 농구 코트를 누빈 154센티미터 송은이님에게

▲ 이영미 '마녀체력' 저자.


누구라도 하루아침에 농구 선수처럼 잘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자라면서 농구공을 만져볼 기회조차 없었던 여성들에게는 방송 자체가 힘든 훈련이었을 테지요. 그래도 직접 농구를 해보는 동안, 여성 출연자들은 많은 것을 배웠을 겁니다.

큰 공이 얼굴을 향해 날아와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평소 안 해본, 아니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 몸싸움을 하는 경험. 크게 소리를 지르고, 입을 벌려 환호하고, ‘아이 씨’라고 외치며 분노를 표출해 보는 연습. 늘 혼자 잘해야 돋보였는데, 여덟 명이 똘똘 뭉쳐 격려하고 응원하고 배려하는 팀 운동의 매력도 맛보았겠지요. 

불행히도 이 프로그램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송은이님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게 뚜렷한 영향력을 남겼다고 봅니다. 여성들의 공간이라고 여겨 본 적 없는 농구 코트를 맘껏 뛰어다니며 웃고 놀았잖아요. 게다가 키가 작아도, 나이가 들었어도, 저질 체력이라도 “까짓 농구쯤 못할 거 없지”라는 자신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저야말로 153센티미터의 키로 마흔 넘어 철인3종에 도전한 장본인이기에, 더 감화를 받았나 봅니다. 송은이님 덕분에,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 어디든 농구 골대 밑에서, 여자 학생들이 농구공을 갖고 노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면 좋겠습니다. 경기 상대를 섭외하기 어려울 만큼 귀하다는, 아마추어 여성 농구단도 많이 결성되기를 바랍니다. 

아, 한 가지 더 고백을 해야겠네요. 송은이님이 골대를 향해 던진 농구 공이 시원하게 바스켓을 통과했잖아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저는 어쩔 수 없이 열렬한 팬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신을 추앙합니다. 이영미 작가
 
작가 이영미는 이제 ‘마녀체력’이란 필명으로 더 유명하다. 27년간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살았다. 한국 출판계에서 처음으로 대편집자란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책상에 앉아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냈지만, 갈수록 몸은 저질체력이 되어 갔다. 죽지 않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15년간 트라이애슬론으로 꾸준히 체력을 키워 나갔다. 그 경험담을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주제로 묶어 내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출판 에디터에서 작가로 변신했으며 <마녀체력> <마녀엄마> <걷기의 말들>을 썼다. 유튜브 지식강연 '세바시'를 비롯해 온오프라인에서 대중 강연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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