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디디추싱 청웨이, 자율주행차로 활로 찾는다

▲ 청웨이 디디추싱 CEO.

[비즈니스포스트]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이 중국과 미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에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계획을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청웨이 디디추싱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자율주행 차량공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자율주행차 관련된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 중국과 미국 당국 압박으로 뉴욕증시 상장폐지 결정

디디추싱은 24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뉴욕증시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고 공시했다. 중국과 미국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된 데다 실적까지 악화돼 결국 상장폐지를 선택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을 비롯한 IT기업 및 플랫폼 전문기업을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해 왔고 미국 증권거래당국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하며 압박해 왔다.

지난해 말 디디추싱은 “뉴욕증시 상장폐지를 준비하면서 홍콩증시 상장 준비 작업도 마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중국 당국의 제재가 완화되면 중국증시나 홍콩증시에 재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디디추싱은 이미 중국 내 차량공유 시장점유율을 90% 이상 차지하면서 독보적 입지를 확보했기 때문에 뉴욕증시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두고 있었다.

디디추싱 IPO 투자설명서를 보면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30%를 글로벌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청웨이는 최종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공유 선두기업인 우버를 추월하겠다는 목표를 뒀지만 뉴욕증시 상장폐지를 계기로 글로벌 진출 계획을 잠시 내려놓았다.

더구나 실적 악화로 1천만 달러를 투자했던 남아프리카 서비스를 4월에 종료했으며 3월에는 글로벌 사업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디디추싱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순손실을 내다가 상장을 추진하던 2021년 1분기에 처음으로 55억 위안(1조25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시작되면서 2021년 연간으로는 493억4400만 위안(9조2천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 규모는 2020년보다 약 5배로 확대됐다. 

디디추싱은 한때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주목받아 전 세계 여러 대기업에서 투자를 받으며 승승장구했지만 이제는 사업 전망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디디추싱의 주가도 뉴욕증시 상장 뒤 공모가 대비 90% 가량 하락한 1달러 대로 떨어지는 등 거듭된 악재에 맥을 못췄다. 

디디추싱의 최대주주는 소프트뱅크이며 비전펀드를 통해 디디추싱에 120억 달러를 투자한 뒤 지분 21.5%를 보유하고 있다. 우버는 12.8%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애플은 디디추싱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적이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2018년 ‘미래에셋글로벌유니콘사모투자합자회사’라는 펀드를 통해 디디추싱 지분 2800억 원 어치를 사들여 글로벌 유니콘 기업에 관한 국내 투자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로 주목을 받았다.

청웨이는 디디추싱의 글로벌 시장 확대 계획을 잠시 접었으나 중국 내수시장 중심의 사업 기반을 다지는 등 재도약을 위해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디디추싱 청웨이, 자율주행차로 활로 찾는다

▲ 전기차 호출 서비스 플랫폼 D1 모델.

◆ 자율주행차 차량공유 사업으로 활로 찾아

중국 현지 매체 제일재경(디이차이징) 보도에 따르면 디디추싱은 최근 자율주행전문 자회사인 디디자율주행을 통해 중국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와 자율주행트럭인 로봇트럭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제재를 이겨내고 추가적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로 로봇트럭 산업에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

디디추싱은 중국기업 가운데서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비교적 일찍 시작한 편에 속한다. 디디자율주행은 2016년 디디추싱의 자율주행기술 연구개발 부서로 시작해 2019년에 독립 자회사가 됐다. 

현재 디디자율주행은 중국 베이징, 상하이, 쑤저우와 미국 캘리포니아 등 지역에서 자율주행 도로 테스트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는 중국 국유기업인 광저우자동차의 전기차 자회사 아이온과 자율주행차 양산을 목표로 전략적 협력을 맺었고 볼보와는 자율주행 테스트팀을 꾸려 자율주행 기술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청웨이는 자율주행 기술력으로 미래 차량공유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사실상 실패한 대신 중국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사업을 키워 기반을 단단히 구축해 시장 확대에 재도전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020년 11월 세계 최초 전기차 호출 서비스 플랫폼인 D1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청웨이는 “2030년에 운전석 없이 완전한 의미의 무인차 호출 서비스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D1 프로젝트는 디디추싱이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와 손잡고 설계 및 개발한 전기차 호출 서비스 플랫폼이다.

청웨이는 2012년에 디디추싱을 설립했다. 그는 택시를 쉽게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차량공유 서비스라는 창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중국 현지 매체 열운망(례윈왕)에 따르면 청웨이는 “전 직장인 알리바바에서 재직할 당시 베이징과 항저우 두 곳을 오가며 영업을 해야 하는데 택시를 잡기 어려워 식사 시간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택시 운전기사들은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차량호출 애플리케이션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경제일보에 따르면 청웨이는 “중국에서 택시를 잡기 어려운 것은 고정된 수요층이 있다는 점을 의미하며 해외에 비슷한 서비스 기업은 투자를 받는 데 성공해 사업 방향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확실한 비전을 두고 우버와 같은 선두기업을 벤치마킹해 사업을 시작한 셈이다.

청웨이는 알리바바에서 약 8년 동안 영업직 직원으로 일했다. 일반 사원에서 시작해 퇴사 직전에는 기업과 기업 거래(B2B) 부서의 가장 젊은 지역담당 매니저로 승진했고 온라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의 기업과 개인 거래(B2C) 사업부 대표를 맡았다.

당시 알리바바 부사장이자 청웨이 상사였던 왕강은 이후 디디추싱의 개인 투자자로 나서면서 설립자금 80만 위안 가운데 70만 위안(1억3천만 원)을 지원했다. 나머지 10만 위안(2천만 원)은 청웨이가 투자했다. 노녕 기자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험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다방면에 걸쳐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기업이라도 이들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영전략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디디추싱 청웨이, 자율주행차로 활로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