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D램 미세공정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앞서나, 양산계획 구체화

▲ 마이크론의 미국 아이다호주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메모리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올해부터 대만 공장에 EUV(극자외선) 반도체장비를 도입해 차세대 미세공정 D램 양산 준비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공정 상용화와 양산 목표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기술 선두 확보에 속도를 내며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만 타이페이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올해 안에 대만 타이중 반도체공장에 EUV장비를 새로 도입해 1γ(감마)나노급 미세공정 D램 생산투자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대만에서 열린 IT전시회 ‘컴퓨텍스2022’를 통해 이런 계획을 발표하며 이와 별도로 1β(베타)나노급 D램 양산체계 구축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UV 반도체장비 활용은 미세공정 기술 구현의 한계 극복에 필수적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1β나노급 공정은 13나노미터 이하, 1γ나노 공정은 12나노미터 이하 미세공정을 의미한다. 미세공정 회로 폭이 좁아질수록 반도체 전력 효율과 성능,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마이크론은 새 반도체공정 도입을 위해 대만에 1만 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히며 공격적으로 생산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14나노급 D램 생산에 EUV공정을 도입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14나노미터 이하의 1α(알파)급 D램 생산에 EUV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은 이보다 앞선 1β나노 및 1γ나노 D램 생산 투자를 본격화하며 EUV장비 기반의 공정 기술력 측면에서 한국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있는 셈이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마이크론이 경쟁사보다 빠르게 1α나노 공정을 도입한 데 이어 1β나노 개발에도 경쟁사를 앞서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매출 기준 마이크론의 D램시장 점유율은 23.8%로 삼성전자(43.5%)와 SK하이닉스(27.3%)에 이어 3위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격차가 소폭 줄었다.

마이크론이 예고한 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차세대 미세공정 기반의 D램 생산체계 구축 및 양산에 성공한다면 점유율을 빼앗아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울 가능성도 충분하다.
마이크론 D램 미세공정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앞서나, 양산계획 구체화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장.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의 D램 공정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 해 1β나노급 D램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업계에서 힘을 얻고 있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1β나노급 D램 개발을 생략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개척하다 보면 일부 계획 변경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과 D램 공정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콘퍼런스콜에서 1β나노급 D램 연구개발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생산 투자를 시작하는 시기나 양산 목표는 밝히지 않았다.

마이크론이 2023년 1β나노 D램 양산, 2024년 1γ나노 D램 양산 계획을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공정 도입 계획은 다소 소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마이크론이 차세대 미세공정 D램을 일찍 상용화한 성과로 차별화 경쟁력을 확보해 고객사 수요를 선점하는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신산업 분야에서 고성능 D램 수요가 강력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마이크론이 관련된 수요를 당분간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D램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마이크론에 강력한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마이크론은 D램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적층기술 측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더 앞선 계획을 내놓으며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최근 열린 투자자행사에서 마이크론은 올해 안에 낸드플래시업계 최초로 232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마이크론이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176단 3D낸드 양산도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목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장기간 누리고 있던 압도적 수준의 메모리반도체 기술 우위가 마이크론의 강력한 도전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마이크론은 앞으로 10년 동안 메모리반도체 기술 개발과 생산투자에 1500억 달러(약 190조 원)을 들이겠다는 공격적 목표도 앞세우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 SK하이닉스는 반도체기업 인수합병에 많은 투자 비중을 할애하고 있어 메모리반도체 투자 측면에서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