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3D낸드 기술 쌓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추격

▲ 미국 마이크론의 서버용 낸드플래시 제품 라인업.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잇따라 차세대 3D낸드 적층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출시 및 양산 일정을 공개하며 상위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하고 있다.

3D낸드 기술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며 모바일 및 서버시장 공략에 중요한 경쟁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낸드플래시업체들 사이 갈수록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전자전문매체 테크스팟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연내 162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하고 200단 이상의 고적층 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도 순차적으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가 연내 176단 3D낸드 양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웨스턴디지털도 이와 대적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 추격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현재 세계 3D낸드 적층기술 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은 미국 마이크론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176단 3D낸드 제품을 출시하고 양산을 시작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투자자행사에서 한 단계 더 앞선 기술인 232단 3D낸드 양산을 2022년 안에 시작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올해도 확실한 기술 우위를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운데 모바일과 서버 등에 탑재하는 고용량 낸드플래시 수요는 앞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원가 및 성능 측면에서 고용량 낸드플래시 생산에 유리한 3D낸드 기술 경쟁은 앞으로 메모리반도체기업들 사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게 될 공산이 크다.

마이크론은 올해 모든 제조산업 분야에서 D램 수요 증가율이 5~9%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 반면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율은 30%에 육박할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자동차 및 산업로봇 분야에서 40% 중후반대, 서버분야에서 30%대, 모바일과 PC시장에서 20%대에 이르는 증가율이 나타나면서 꾸준한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맞춰 앞선 기술로 고객사 수요를 선점하는 일이 메모리반도체기업에 큰 성장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200단 전후의 고적층 낸드플래시 상용화를 추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들간의 경쟁도 올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부동의 낸드플래시 1위 기업으로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동안 64단과 128단 3D낸드 제품의 양산을 앞당긴 데 힘입어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약 10조 원의 거금을 들여 인텔 메모리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통해 그동안 약점으로 꼽히는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기술력도 보완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마이크론이 3D낸드 적층기술 분야에서 확실하게 앞서 나가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 성과를 온전히 거두기 어려워진다.

결국 올해는 200단 전후의 고사양 3D낸드 제품 출시와 양산체계 구축에 얼마나 서두를 수 있는지가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의 실적 및 시장 점유율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3D낸드 기술 쌓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추격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장.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콘퍼런스콜을 통해 낸드플래시 기술 우위를 강조하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낸드플래시 기술 발전 및 양산 성과와 관련해 비교적 말을 아끼고 있다.

올해 초부터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조치로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공장 가동이 제한되는 등 외부 변수가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도 올해 하반기부터 낸드플래시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투자 확대에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내고 낸드플래시 업황이 올해 2분기부터 공급 과잉 상태에 들어가면서 수요 위축에 따른 가격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마이크론은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도 메모리반도체 기술 개발 및 생산투자에 앞으로 10년 동안 1500억 달러(약 192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과감한 계획을 내놓으며 자신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메모리반도체 수익으로 벌어들인 투자 자금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사업 확장에 집중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메모리사업부 인수에 거금을 들였고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 ARM 추진 가능성도 검토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여유 현금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한국 반도체기업들보다 공격적 투자로 기술 발전과 양산체계 구축, 고객사 확보에 성과를 낸다면 낸드플래시시장에서 강력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웨스턴디지털도 낸드플래시 상위 업체로 확실한 입지를 차지하며 PC와 서버 고객사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만큼 3D낸드 기술 확보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계속 중요한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

마이크론은 투자자행사를 통해 “소비자용과 서버용 SSD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고 여러 고객사들에 품질도 인정받고 있다”며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