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이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호황에도 생산공장 증설보다 생산공정 효율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향후 반도체 업황을 신중하게 지켜본 뒤 생산공장 증설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a href='https://m.businesspost.co.kr/BP?command=mobile_view&num=300267'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 data-attr='MO_Article^EditorChoice^최창식'>최창식</a>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


15일 DB하이텍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반도체 생산시설 및 생산공정 효율화를 통해 8인치 웨이퍼 생산능력을 월간 기준 1만6천 장이나 높였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파운드리 공장을 지으면 완공 뒤 본격 생산에까지 2~3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생산공장을 하나 지은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산능력이 높아진 셈이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은 8인치(200㎜) 반도체 웨이퍼(원판)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다.

자동차용 전력관리반도체(PMIC) 공급난에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 무선이어폰 등에서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DM하이텍은 이미 2022년 수주물량을 모두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DB하이텍은 현재 월 14만 장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생산시설과 공정을 효율화하며 2022년 3분기까지 월 15만 장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그동안 반도체업계 일각에서는 생산공정 효율화 전략만으로는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 시선이 나왔다.

DB하이텍의 2021년 3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미 기존 경기도 부천(부천 공장)과 충청북도 음성(상우 공장)에 위치한 생산공장 가동률이 98.96%에 이른 만큼 대규모 공장 증설로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 파운드리 업체들도 글로벌 반도체시장 호황에 발맞춰 잇따라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14일 2021년 4분기 매출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순위를 공개했는데 DB하이텍은 10위권에서 밀려났다. 

DB하이텍을 제치고 10위 권에 처음 오른 대만과 중국의 합작법인 넥스칩은 반도체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해 2021년 4분기 매출이 직전분기인 2021년 3분기보다 44.2%나 늘었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8인치 웨이퍼를 월 10만 장 가량 생산하고 있는데 2021년 10월 5758억 원을 들여 월 8만5천 장 가량을 생산하는 키파운드리를 인수합병(M&A)함으로써 단숨에 DB하이텍의 생산능력을 넘어섰다.

반면 DB하이텍은 2021년 말 기준 유동자산 8152억 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반도체 시장상황을 관망하며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8인치 웨이퍼에서 12인치 웨이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8인치 웨이퍼 수요 폭증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8인치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UC), 온도센서, 지문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상보형 금속산화 이미지센서(CIS) 등 아날로그 반도체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이 때문에 최근 몇년 동안 8인치 웨이퍼는 초미세공정을 도입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12인치 웨이퍼에 밀려 구형(레거시) 취급을 받고 시장이 축소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되살아난 것이다.

하지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2년 반도체산업 수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력관리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등의 공급부족은 2022년 중반부터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설 증설여부를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증설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최창식 부회장도 2021년 9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출범식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사 규모에 맞게 증설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