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코스피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강한 순매도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2월에도 한동안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돌아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연금 코스피 1월 급락에도 순매도 지속, 2월 '구원투수' 가능성은?

▲ 국민연금공단 로고.


2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87%(48.85포인트)오른 2663.34로 장을 마감했다.

장 마감 기준으로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3일 2988.77이었으니 한 달 사이 300포인트 넘게 빠진 셈이다.

특히 20일 2862.68로 장을 마친 뒤 21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27일에는 2614.49로 14개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1월 주식시장이 상승 흐름을 보이는 것이 통상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이례적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2008년 이후 최악의 1월을 보내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코스피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3일부터 이날까지 25거래일 동안 6657억 원 규모로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6657억 원이라는 월간 순매도 규모만 봐도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강도의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는 셈인데 27일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였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이번 달 순매도 규모는 3조 원에 육박한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27일 LG에너지솔루션만 2조1084억 원어치를 쓸어담았기 때문이다. 단일종목에 대해 하루 순매수 규모로 역대 최대다. 28일에도 1439억 원을 더 사들였다.

코스피 지수 산정방식을 보면 새로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은 상장 당일 지수에 반영되지 않는 만큼 국민연금의 2조 원대 LG에너지솔루션 주식 대량매수는 27일 코스피 지수에 직접적으로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코스피 지수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순매수 강도를 높이며 지수를 방어하는 역할을 해 ‘연기군’으로도 불려 왔는데 올해 1월에는 이례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코스피가 1400선까지 떨어졌을 때는 3월 한 달 동안 3조 원 규모로 순매수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2월에도 국내 증시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보여줄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한동안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영향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월4일 MSCI 지수 조기편입이 결정됐고 3월10일에는 코스피200 지수 편입이 예상된다. FTSE 지수에는 조기 편입에 실패했지만 3월 중 편입 검토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각종 지수에 편입되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비롯해 주요 운용사들이 물량 확보,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위해 삼성전자 등 다른 대형주의 비중을 줄이게 되는 만큼 코스피 지수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코스피 하락의 대내적 요인인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태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적 요인이 여전히 강력한 만큼 국민연금이 당장 지수 방어를 위한 순매수를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한동안 코스피가 상승 흐름으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8일 “코스피에서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시도는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경기, 통화정책 부담, 코스피의 수급 불안 등을 고려하면 코스피 반등 시에도 리스크 관리 강화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