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회토론회 “투자자 800만 시대, 가상자산 특화법이 필요하다”

▲ 25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특금법 이후 가상자산산업전망 및 가상자산법안 쟁점 정책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가상자산의 국내 투자자만 8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거래규모는 지난해 기준 GDP(국내총생산)의 5배, 코스피 거래대금에 2배에 이른다.”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이후 가상자산산업전망 및 가상자산법안 쟁점 정책세미나‘를 마련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법안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통계청은 금융감독원과 함께 진행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 올해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포함하기로 했다.

가상자산에 관심을 갖는 것은 투자자뿐만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전날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모의실험 연구사업’ 1단계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블록체인(분산저장) 기술을 바탕으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로 비트코인 등 민간에서 발행하는 가상화폐와 차이가 있지만 가상자산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 속도가 이처럼 빠르지만 국내에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논의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상자산을 특금법에서 다루기 시작하면서 일정 부분 정부의 관리 아래 들어왔지만 특금법은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한계를 지닌다. 가상자산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기존 금융관련 법안을 수정해 급하게 적용한 점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투자자 보호와 산업발전을 위해 가상자산에 특화한 업권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윤 의원은 “가상자산은 처음에는 온라인 화폐를 목표로 시작됐지만 신종 자산으로 정의되며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NFT(대체불가토큰) 등으로 빠르게 진화했는데 이를 이끈 민간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지금껏 정부는 가상자산산업 발전을 억눌러 왔다.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민관이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윤 의원이 발의한 가상자산산업기본법안이 계류돼 있다. 윤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할 뿐 아니라 현재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장] 국회토론회 “투자자 800만 시대, 가상자산 특화법이 필요하다”

▲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특금법 이후 가상자산산업전망 및 가상자산법안 쟁점 정책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 의원과 함께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세미나 중간 깜짝 방문해 가상자산 업권법 마련에 힘을 실었다.

조 의원은 “가상자산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동안 정부가 너무 무책임하게 처신하면서 산업 전반에 문제점이 참 많다고 느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담 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발제와 토론에 나선 참가자들도 가산자산 업권법을 통한 산업 발전에 한 목소리를 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소비자보호연구센터장은 “가상자산 시장을 향한 투자자의 신뢰도가 높지 않아 장기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국내 가상자산시장의 문제점 중 하나”라며 “이런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업권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산업 발전을 위해 이를 전담하는 장관급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고려대학교 특임교수)은 “현재 NFT(대체불가토큰)만 보더라도 문체부, 행안부, 산업부, 교육부, 기재부 등이 연관돼 있는데 차관급 위원회만으로는 아무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디지털자산산업을 총괄하는 장관급 위원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금융위원회는 중앙화한 금융기관을 관리하는 곳으로 가상자산시장 관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가상자산 세탁 방지도 지금은 금융위 아래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가상자산을 전담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책임감 있게 하기 위해 장관급 콘트롤타워가 신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업권법 마련과 동시에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정혁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한창 디지털 전문위원)는 “현재 투기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가상자산은 과거부터 탈중앙화를 꿈꾸던 수많은 학자, 프로그래머, 해커 등의 노력에 힘입어 발전했고 그 결과 2008년 비트코인이 나왔다”며 “가상자산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부정적 인식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국회토론회 “투자자 800만 시대, 가상자산 특화법이 필요하다”

▲ 김정혁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가 25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특금법 이후 가상자산산업전망 및 가상자산법안 쟁점 정책세미나'에서 발제 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가상자산 대신 디지털자산을 공식 명칭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수석부회장은 “현재 국내법상 코인, 토큰을 규정하고 있는 유일한 법인 특금법은 이를 가상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상품들을 고려할 때 용어를 디지털자산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단체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가상자산 대신 '디지털자산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다만 디지털자산처럼 범위를 넓혀 법안 마련 논의를 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위원회 정책전문관을 지낸 노태석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은 “규제를 만드는 당국 입장에서 볼 때 범위가 넓어지면 규제 설계에 어려운 부분이 많아질 수 있다”며 “기존 가상자산만 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를 디지털자산으로 확장하면 그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 범위를 좁혀 제도를 만든 뒤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기흥 블록체인포럼 회장(경기대학교 명예교수)은 “건전성 확보,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의 경제 생태계 조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토론회에 나온 내용을 잘 전달해 가상자산 업권법 마련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