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이른바 '7시간 통화'가 일부 공개되면서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방송 전 정치적으로 논란이 크게 일었던 것에 비해 알맹이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론을 살피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건희 7시간 통화 공개 득일까 실일까, 국민의힘 민주당 후폭풍 촉각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021년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건희 대표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엇갈린 관측이 제기된다. 판도라 상자가 될 것이란 당초 전망과 달리 보도된 내용만으론 결정적 한 방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정도 내용을 왜 방송에 못나오게 하려고 그렇게 난리를 쳤나"며 "저는 딱 보면서 '이 정도의 내용조차 보도 안 되게 만들 정도로 김건희씨가 과연 세구나, 실세구나' 이런 것들을 좀 느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MBC가 오히려 우리를 도와준 꼴이 됐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공식 인터뷰나 언론 취재를 통해 밝히는 것보다 훨씬 더 진솔하게 의혹이 깔끔하게 해명된 듯한 느낌이다"고 평가했다.

MBC '스트레이트'는 16일 김 대표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52차례 나눈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김 대표는 해당 기자를 윤석열 후보 캠프로 영입하려고 시도하거나 조국 사태, 미투 운동 등을 두고 개인적 생각을 풀어놓기도 했다.

다만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중도층이나 무당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이날 이후 실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리얼미터가 내놓은 여론조사(9~14일 실시)에서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40.6%, 이재명 후보는 36.7%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인 10일 발표된 지지율과 비교하면 윤 후보는 6.5%포인트 상승했고 이 후보는 3.4%포인트 감소했으나 해당 여론조사는 MBC 스트레이트 방송 이전에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여론의 흐름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된 김 대표의 발언을 보면 공식 직함이 없는 김 대표가 선거 캠프 인사와 전략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거나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시절 조국 사태와 관련해 검찰을 자기 뜻대로 움직였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자칫 박근혜 정부 때 비선실세로 관여한 최순실(개명후 최서원)을 연상시킨다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남영희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에 "2022년 대선을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최순실이라는 단어는 이제 김건희로 바꿔야 한다"고 적으며 김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미투 사건과 관련해 여성 인권에 왜곡된 인식을 드러낸 점도 여성층의 지지를 얻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날 "대선후보 배우자와 기자의 통화로서 공적 검증 대상"이라며 "미투 운동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스트레이트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성 착취한 일부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발언도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보수라며 진보가 탄핵했다는 건 바보들의 생각이라는 발언을 했다.

민주당으로서도 마냥 웃을 수는 없는 분위기다.

김 대표의 통화가 녹음되는 과정에서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이 부각된다면 민주당으로선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사적 대화를 편집해 선거에 이용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윤 후보를 향한 동정론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민주당은 김 대표 발언의 내용보다 국민의힘의 태도를 지적하는 등 수위조절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보도 내용보다 보도를 접한 국민의힘 선대본 인식에 경악하고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부분이 아무 문제 없다고 인식하고 오히려 권언유착, 정치기획 이런 안하무인 격으로 나오는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관련 질문을 받자 "관심이 있어서 봤지만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다"고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은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며 김 대표의 목소리가 방송에 나오는 것을 막으려 했던 수세적 대응에서 벗어나 태세 전환에 나섰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김 대표의 통화 녹음을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 방송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본인이 가진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며 "다음 주에도 MBC에서 보도예정이라고 하니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떤 이유로 문제되는지도 언론사의 관점을 실어 보도하면 시청자의 이해가 더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런 정치공작 행위는 그만둬야 된다"며 "정치발전에 이런 행동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후보로서는 아직 후속 보도가 남아있는 만큼 안심하기에 이른 점도 있다. 

전날 방송을 내보낸 MBC 스트레이트 팀은 추가 보도에 나설 예정이며 녹취록 파일을 넘긴 서울의소리는 7시간45분 원본 파일 전체를 공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서울시 중구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의 통화 녹취 보도를 놓고 "어찌 됐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