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2022년을 맞아 수도권 리모델링 일감 확대에 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경기도 일산, 분당, 평촌 등 30년 안팎의 아파트가 많은 1기 신도시에서 지자체들이 나서 리모델링사업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는 데다 각 아파트단지들도 사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건설사 리모델링 1조 클럽, 내년 30년 넘는 1기 신도시 일감 노려

▲ 성남시 분당의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23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펼치는 대형 건설사들은 2021년 도시정비부문에서 리모델링시장 성장의 덕을 봤는데 2022년 들어 리모델링 수주실적의 기여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DL이앤씨 등 도시정비 수주실적 상위권 건설사들은 올해 모두 리모델링사업에서 1조 원이 넘는 실적을 확보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리모델링사업에서만 수주실적 1조4355억 원을 확보하며 전체 도시정비 수주 실적이 4조 원을 훌쩍 넘어서 1위를 달리고 있다. GS건설은 12월 경기도 수원에서 4252억 원 규모의 리모델링사업을 따내면서 도시정비업계 순위가 4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이들 '1조 원 클럽' 외에도 삼성물산(6311억 원), 현대엔지니어링(6047억 원) 등도 리모델링시장에서 활발한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재건축과 비교해 수익성이 낮은 리모델링을 틈새시장으로만 여겨왔는데 최근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지 않고 임대주택 등 기부채납 의무 등이 없는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리모델링시장 자체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지나칠 수 없는 먹거리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6월 주택본부 아래 리모델링사업소를 만들었고 GS건설도 7월 도시정비사업그룹 조직개편을 통해 리모델링팀을 신설했다. 현대건설은 2020년 10월 리모델링 태스크포스를 세웠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2021년 12월 초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단지는 93개 단지로 집계됐다. 2019년(37개 단지), 2020년(58개 단지)와 비교하면 시장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신규택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리모델링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1기 신도시 곳곳에서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1기 신도시들은 1989년부터 조성이 시작돼 현재 건축연한이 30년을 넘어가는 노후 아파트단지가 많다.

고양 일산(6만9천 세대), 성남 분당(9만7580세대), 안양 평촌(4만2047세대), 군포 산본(4만1947세대), 부천 중동(4만1435세대) 등에 공급된 아파트들은 올해부터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노후 단지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각종 규제가 덜해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또 1기 신도시의 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단지들은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으로 진행했을 때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례가 많아 리모델링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 곳이다.

여기에 1기 신도시는 지자체 차원에서도 도심 노후화 문제 해결을 위해 리모델링과 재건축 등 재정비사업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와 성남시, 군포시, 안양시, 부천시 등 5곳 지자체장은 앞서 10일 국회에서 ‘노후 1기 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상생 협약식’을 열고 정부에 도시환경 정비 추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8일 1기 신도시 가운데 두 번째로 리모델링 사업계획이 승인된 분당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을 찾아 “1990년대 초반에 조성된 분당의 노후한 주거환경은 녹물, 누수, 주차장 부족 등으로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며 “리모델링은 안 될 이유보다 해야 할 이유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2023년까지 현재 540억 원 규모인 리모델링 기금을 1천억 원으로 늘리고 민간전문가를 충원하고 리모델링 지원센터 설치하는 등 지차체 차원의 지원계획도 내놓았다.

군포시 주관으로 21일 열린 1기 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 등이 논의됐다. 신동우 아주대 명예교수는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상한 용적률 초과로 재건축이 어려우면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해 주택수명연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일산 서구 주엽동 문촌마을16단지 뉴삼익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 동의율 조건을 달성했다. 2022년 1월 조합설립 총회를 열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일산 강선마을 13단지 두진아파트, 장성마을 2단지 대명아파트, 강선마을 14단지 두산아파트, 후곡11·12단지 주공아파트 등도 리모델링사업 추진하고 있다.

성남 분당에서도 1기 신도시 가운데 리모델링 첫 번째 타자로 나선 한솔마을 5단지를 비롯해 느티마을 3·4단지, 매화마을 1·2단지, 무지개마을 4단지 등이 리모델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양 평촌의 목련2·3단지, 군포 산본의 개나리아파트, 율곡아파트 등도 마찬가지로 리모델링사업 추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영환 키움증권 연구원은 “재건축 규제로 리모델링으로 대체하는 아파트단지들이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이 적극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리모델링 전담팀을 구성해 리모델링사업 수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