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철 현대자동차 정책개발담당 부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자리를 지킬까?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에 2년 만에 강성 성향 집행부가 들어서는 점은 연말 윤 부회장의 인사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강성으로 돌아가는 현대차 노조, 노무 부회장 윤여철 유임에 힘 실릴까

윤여철 현대자동차 정책개발담당 부회장.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9대 집행부 선거 최종 후보에 오른 권오일 후보팀과 안현호 후보팀은 6일 선거운동 마치고 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최종 당선팀은 8일 발표된다.

현대차 노조 새 집행부 선거는 지부장과 수석부지부장, 부지부장 3명, 사무국장 1명 등 모두 6명이 한 팀을 이뤄 출마한다.

2일 진행한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긴 팀이 없어 7일 결선투표를 벌이게 됐는데 어느 팀이 당선되든 현대차 사측은 2년 만에 강성 성향 집행부를 협상 파트너로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권오일 후보팀과 안현호 후보팀은 각각 ‘민주현장투쟁위원회’와 ‘금속연대’ 출신으로 강성으로 분류된다.

현대차 노조에 2년 만에 강성 성향 집행부가 들어서게 된 상황은 연말 인사에서 윤 부회장의 유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윤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대표하는 노무 전문가로 2000년대 초반부터 현대차 단체교섭을 이끌어 현대차 노사관계의 산 증인으로 평가된다.

2019년 국내생산담당 부회장에서 내려오면서 현재 정책개발담당만 맡고 있지만 여전히 현대차그룹 노사문제 전반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새 집행부가 노조를 이끌 현대차의 앞으로 2년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특히 이 기간 국내외 전기차 생산라인 구축과 관련해 주요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데 신속한 의사결정과 투자집행을 위해서는 노조의 협력이 중요하다.

현대차는 단체협약에 따라 해외 생산라인 이전, 국내 생산라인 전환 등 주요 전기차 생산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노조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

노조가 국내 전기차 생산설비 투자 확대, 고용안정, 임금인상, 복지개선 등을 앞세워 사측의 글로벌 생산전략 변화에 제동을 건다면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확대는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

현재 현대차 단체교섭 사측 대표를 맡고 있는 하언태 사장은 2018년 대표이사 겸 울산 공장장에 올라 최근 3년 연속 무파업으로 단체교섭을 이끄는 좋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최근 2년은 실리 성향의 노조와 협상을 진행해 강성 노조와 협상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여겨진다.

윤 부회장이 강성 성향 노조와 풍부한 협상 경험을 지닌 만큼 내년에도 현대차 부회장을 맡아 노사관계 조언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윤 부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지부장 최종후보로 올라온 권오일 후보, 안현호 후보와 과거 인연도 있어 직접 협상을 이끄는 하 사장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권오일 후보는 2012~2013년까지 4대 집행부에서 대외협력실장을 지내며 역대 최대 성과급,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등을 이끌었는데 당시 현대차에서는 노조원이 사측의 현장통제에 반발해 분신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윤 부회장은 당시 분신사고와 관련한 책임을 지고 2012년 1월 고문으로 물러났고 16개월 만인 2013년 5월 노무총괄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강성으로 돌아가는 현대차 노조, 노무 부회장 윤여철 유임에 힘 실릴까

▲ 현대차 노조 새 집행부 선거 최종 후보에 올라간 권오일 후보(왼쪽)과 안현호 후보.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안현호 후보는 현대차 노조가 지부로 전환하기 이전인 2006년 12대 집행부에서 수석부위원장을 지냈다.

안현호 후보는 2007년 1월 현대차 시무식 폭력사태를 이끌어 울산구치소에 200일 동안 수감됐는데 이번 선거 유인물에서 당시 윤 부회장과 일화를 소개했다.

안현호 후보는 선거 유인물 ‘사측이 두려워하는 단 한 명의 후보’에서 “무력충돌 당시 노무담당이었던 윤여철 사장 얼굴에 상처가 나기도 했는데 결국 사측은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윤여철은 아직도 부회장으로 노무를 진두지휘하고 있고 다시 한 번 박살낼 때가 왔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이 이번 연말 인사에서도 자리를 지킨다면 그룹 내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부회장은 2008년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해 13년째 현대차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총수일가인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을 제외하면 현대차그룹에서 유일한 부회장이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말까지도 9명의 부회장이 있었지만 2018년 정의선 회장이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매년 부회장 수를 크게 줄였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수시 임원인사를 통해 주요 사장단 인사를 연중 실시하고 있지만 부회장 등 굵직한 인사는 여전히 연말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말 인사와 관련해 알려진 것이 전혀 없다”며 “수시 임원인사제도가 정착한 만큼 올해 연말 인사가 날지도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1952년 태어나 서울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현대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판매교육팀 부장과 경기남부지역사업실 이사대우, 영업운영팀 이사, 운영지원실장 상무, 경영지원본부장 전무 등을 거쳐 2004년 노무관리지원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노무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