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삼성전자의 4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반으로 생산하는 새 고성능 모바일프로세서(AP)를 선보이며 이전 공정에서 생산된 프로세서보다 큰 폭의 성능 개선을 자신했다.

다만 애플과 대만 미디어텍 등이 삼성전자 경쟁사인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프로세서를 앞세워 맞경쟁을 예고하며 삼성전자 파운드리기술 경쟁력이 시험대 위에 놓이게 됐다.
 
퀄컴 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경쟁 열어, 삼성전자 파운드리기술 시험대

▲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반도체 전문지 어낸드테크는 1일 “퀄컴이 삼성전자의 최신 4나노 미세공정을 활용하기로 했지만 TSMC와 손을 잡은 경쟁사업체들의 반도체 성능을 따라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퀄컴은 11월30일 고성능 스마트폰용 최신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1세대를 공개했다.

스냅드래곤8 1세대는 4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활용해 기존 5나노 기반 프로세서보다 이론적으로 성능은 20%, 전력효율은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퀄컴은 공식적으로 어떤 파운드리업체를 통해 반도체를 생산하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에 고성능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4나노 파운드리 공정 도입을 앞당기는 데 성과를 냈고 대만 TSMC의 4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생산라인은 이미 애플과 미디어텍 등 다른 고객사에 대부분 배정돼 있다.

미디어텍은 내년 1분기 출시하는 고성능 프로세서 ‘디멘시티9000’에, 애플은 3분기 출시가 예상되는 아이폰14 시리즈용 프로세서 ‘A16바이오닉’에 TSMC의 4나노 미세공정 적용을 앞두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제품도 이른 시일에 출시되는 만큼 모바일프로세서 설계기업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4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를 두고 치열한 성능 경쟁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퀄컴은 장기간 모바일 프로세서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꼽혔는데 애플의 빠른 기술 발전으로 성능 우위를 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장 점유율 선두도 대만 미디어텍에 내주며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퀄컴은 삼성전자, 다른 반도체 설계기업들은 TSMC의 4나노 공정을 선택하게 된 만큼 삼성전자의 4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기술력을 TSMC와 비교하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4나노 미세공정기술 개발 속도에서 TSMC를 따라잡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수율 확보 등 최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4나노 미세공정 수율이 기대치보다 낮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초기 수율 확보에 실패한다면 파운드리사업에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더구나 어낸드테크 등 외국언론에서 벌써부터 퀄컴 프로세서 성능이 애플과 미디어텍의 최신 프로세서에 모두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삼성전자에 불안요소로 꼽히고 있다.

퀄컴은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사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에 20조 원 규모 투자를 결정한 새 파운드리공장도 퀄컴을 비롯한 미국 대형 고객사 수주를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퀄컴 새 프로세서가 실제로 스마트폰에 탑재돼 출시된 뒤 성능 측면에서 경쟁사 프로세서나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난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바라보는 고객사 시선도 부정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

미디어텍은 최근 디멘시티9000을 공개한 뒤 업계 최고수준인 애플의 프로세서 성능을 따라잡을 만한 수준이라고 자신하며 이미 여러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바라보는 고객사들의 의구심이 커진다면 퀄컴은 물론 다른 반도체 설계기업들도 성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TSMC 파운드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공산이 크다.

TSMC가 지금은 미세공정 생산라인으로 고객사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상태지만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 생산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고객사들을 빼앗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4나노 프로세서 성능 경쟁에서 밀린다면 미국 파운드리공장 건설과 첨단 미세공정기술 연구개발에 성공한 성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워질 수 있는 셈이다.

퀄컴 새 프로세서 탑재가 유력한 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의 스마트폰 성능 경쟁력도 걸린 문제인 만큼 삼성전자가 스냅드래곤8 1세대의 성능을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다만 삼성전자가 4나노 공정에서 TSMC에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해도 내년 도입을 앞두고 있는 3나노 미세공정 기술에서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여지도 남아있다.

남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차세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을 TSMC보다 먼저 도입해 앞서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3나노 기술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 2030년까지 지속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