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갤럭시Z플립3 디자인에 ‘맞춤형’ 콘셉트를 입혔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폰13에 맞설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3에 자신붙어, 애플 아이폰 막대형과 정면대결

▲ 노태문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 사장.


21일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3을 애플의 아이폰13 시리즈의 대항마로 내세웠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일 ‘삼성 갤럭시언팩 파트2’ 행사를 열고 갤럭시Z플립3 비스포크(BESPOKE) 에디션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맞춤형 가전 콘셉트 비스포크를 폴더블 스마트폰에 접목해 소비자가 직접 제품 색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가지 프레임 색상, 앞면과 뒷면 패널 각각 5가지 색상을 소개했다. 이를 조합하면 기존에 출시된 올 블랙 색상(앞면, 뒷면 패널과 프레임이 모두 블랙 색상)을 제외하고도 49가지 색깔 조합이 나온다.

색상 선택의 폭을 넓혀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의 가격을 130만9천 원으로 책정해 기존 갤럭시Z플립3과 비교해 5만5천 원 인상하는 데 그쳤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연말 특수를 앞두고 애플의 아이폰13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갤럭시Z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의 가격 책정으로 드러냈다”며 “갤럭시Z플립3과 아이폰13의 대결은 폴더블과 막대형 두 폼팩터의 대결이기도 하다”고 바라봤다.

앞서 애플이 9월 아이폰13 시리즈를 공개하자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에 대항해 어떤 사업전략을 추진할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폴더블 스마트폰에 더욱 힘을 실을 가능성, 준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1팬에디션 출시 등 여러 관측들이 나왔다. 일부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22를 올해 말로 앞당겨 출시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Z플립3을 내세우는 선택을 한 데는 아이폰13과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폰13 시리즈는 최하위 모델인 아이폰13미니와 최상위 모델인 아이폰13프로맥스를 제외하면 기본 모델인 아이폰13과 상위 모델인 아이폰13프로의 가격대가 대체로 130만 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125만4천 원의 갤럭시Z플립3과 130만9천 원의 갤럭시Z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은 아이폰13 시리즈와 가격대가 비슷한 직접적 경쟁자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으로 갤럭시Z폴드3도 있다.

그러나 갤럭시Z폴드3은 가격이 200만 원에 가까운 만큼 아이폰13 시리즈와의 직접적 경쟁제품으로 보기 어렵다. 아이폰13프로맥스의 최고용량 제품인 1TB 모델조차 1599달러(188만3천 원가량)에 그친다.

현재 폴더블 스마트폰의 흥행을 이끄는 제품은 갤럭시Z폴드3이 아닌 갤럭시Z플립3이라는 점도 삼성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Z폴드3과 갤럭시Z플립3의 국내 합산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어섰던 4일 기준으로 갤럭시Z플립3 판매량이 갤럭시Z폴드3의 2배 수준으로 많았다.

갤럭시Z플립3과 아이폰13의 대결 구도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폴더블 폼팩터와 막대(바)형 폼팩터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로서는 갤럭시Z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이 사업적 성과를 거둔다면 앞으로 내놓을 폴더블 스마트폰에 비스포크 콘셉트를 더욱 적극적으로 접목하면서 폴더블 폼팩터의 우위를 굳혀 가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폴더블 대세화’ 기치를 내걸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갤럭시Z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은 의미가 더욱 크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이 2020년 300만 대에서 2021년 900만 대, 2023년 3천만 대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2023년 점유율 75%를 보이는 등 폴더블 스마트폰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도 내다봤다.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3에 자신붙어, 애플 아이폰 막대형과 정면대결

▲ 갤럭시Z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3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폴더블 폼팩터의 우위가 분명해진다면 시장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삼성전자의 입지도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Z플립3에 힘을 싣기 위해 다소 무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프레임과 패널 등 외장재를 색상별로 생산하고 재고를 준비하기 위해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패널의 차질없는 생산과 재고 확보가 중요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까지도 대응하겠다는 차원에서 갤럭시Z플립3의 패널 교체서비스를 함께 내놨다.

앞면과 뒷면 패널을 동시에 교체할 때 가격이 9만9천 원에 불과한 만큼 색상 선택의 폭이 넓다는 비스포크 에디션의 장점에 끌린 소비자들은 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부품 생산이나 재고관리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다양한 색상의 부품을 차질없이 준비하는 것도 이미 생활가전사업부에서 비스포크 콘셉트의 제품을 여럿 출시하면서 축적한 노하우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