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이번주 들어 코스피에서 대형주 위주의 순매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2900선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약세를 보이자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구원투수 역할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국민연금 코스피 힘 못 쓰자 순매수로 구원투수 역할, 대형주 다시 담아

▲ 국민연금공단 로고.


15일 코스피는 3015.06으로 장을 마감했다. 5일에 2961.17로 3천 선이 무너진 이후 7거래일 만에 다시 3천 선을 회복했다.

코스피 9월에는 3100~3200 사이를 오르내렸지만 10월 들어서는 하락 흐름이 가팔라지며 2900선도 위협을 받았을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자 투자 방향을 바꾸고 있다.

1일부터 15일까지 9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 306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는데 9월 한 달 동안 순매도 규모인 1조6428억 원과 비교하면 순매도 속도가 확연하게 줄었다.

특히 12일부터 15일까지는 1582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투자방향을 바꿨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순매수로 방향을 바꾼 데는 국내증시에서 불안심리의 확대에 따른 지수 급락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등 외국인 매도세로 국내증시가 급락 조짐을 보일 때마다 순매수를 통해 시장을 진정시키는 움직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증시를 지키는 ‘연기군(軍)’ 혹은 수위를 조정하는 ‘소양강댐’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국민연금 투자운용팀장을 지낸 홍춘욱 EAR리서치 경제연구소 대표는 “코스피가 2800선이나 그 밑으로 내려가게 되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매수가 작동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에서 어느 정도 여력이 생긴 점도 이번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순매수를 가능하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연말까지 국내주식 비중 목표치를 16.5%, 전략적 자산배분(SAA)의 이탈 허용범위를 ±3%포인트로 두고 지속적으로 순매도 움직임을 보여왔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7월 말 기준 19.5%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허용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8월 이후 국내주식 순매도 규모와 최근 코스피 지수의 하락 등까지 고려하면 현재는 18%대까지 낮아졌을 가능성도 크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을 매수할지 여부는 내부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기계적으로 매도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바라봤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대형주 위주로 순매수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12~13일 2거래일 동안에는 올해 들어와 지속적으로 순매도하던 삼성전자 주식을 22억 원어치 순매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12일에 6만9천 원으로 장을 마치며 지난해 12월3일 이후 10개월 만에 ‘6만전자’로 내려앉은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0%에 가까운 데다 국민주식으로도 불리는 만큼 삼성전자 주가의 6만 원대 하락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15일 7만100원에 장을 마치면서 3거래일 만에 다시 7만 원대를 회복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12~15일까지 4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외에도 LG화학, 현대자동차, 두산중공업, 현대글로비스, 기아자동차,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 등을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를 보면 LG화학 481억 원, 현대자동차 352억 원, 두산중공업 285억 원, 현대글로비스 262억 원, 기아자동차 224억 원, 카카오뱅크 163억 원, 크래프톤 156억 원, 카카오 145억 원 등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