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머지않아 시장에 나와 환자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제약사 머크가 먹는 치료제 개발 경쟁의 선두에 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연구개발 및 임상에 속도를 내며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상용화 눈앞, 머크 앞섰지만 국내기업도 기회

▲ 미국 뉴저지에 있는 머크 본사.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머크가 미국 바이오기업 리지백과 함께 개발한 몰누피라비르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앞두고 있다.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 경증 및 중등증 환자 77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3상에서 입원률과 사망률을 50%가량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초기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복용하면 병세 악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크는 이런 시험결과를 바탕으로 임상 진행을 평가하는 독립적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임상 조기 종료를 권고받고 긴급사용 승인 신청에 나섰다.

각국 정부들은 몰누피라비르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이미 1조3천억 원 규모(170만 명분)의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태국과 호주도 구매 계획을 내놨다. 

한국 정부는 이미 2만 명분을 확보한 뒤 추가 물량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유럽연합(EU)도 몰누피라비르 공급계약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머크가 먹는 치료제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머크는 올해 말까지 몰누피라비르 1천만 명분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누적 확진자가 2억2천만 명에 이른 상황을 고려하면 머크의 치료제만으로는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머크가 위치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이미 치료제 170만 명분을 주문했다”며 “그러나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걸린 모든 사람이 약을 먹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다른 기업에게도 아직 충분한 기회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대부분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신청을 했거나 임상을 진행하는 단계에 있다. 

국가임상시험재단이 집계한 10월 기준 ‘코로나19 치료제 승인·개발 현황’ 자료를 보면 신풍제약은 경증 및 중등증 환자를 위한 피라맥스의 국내 임상3상을 8월에 승인받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임상2상을 완료했다. 

대웅제약 코비블록은 글로벌 및 국내 임상3상이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임상3상은 바이러스 노출 후 예방 목적으로, 국내 임상3상은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진원생명과학 제누졸락은 글로벌 임상2상이 진행되고 있다. 9월 국내에서도 임상2상을 승인받았다.

동화약품 치료제 DW2008S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임상2상을 승인받은 뒤 최근 첫 투약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제넨셀은 먹는 치료제 ES16001의 국내 임상2b/3상 계획을 12일 식약처에 신청하기도 했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상용화 눈앞, 머크 앞섰지만 국내기업도 기회

▲ 신풍제약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 당초 말라리아 치료제로 개발됐다. 



해외기업의 치료제 중에서는 로슈·아테아, 화이자의 개발 진척도가 눈에 띈다.

로슈·아테아가 공동개발한 먹는 치료제 RO7496998은 현재 임상2/3상이 진행되고 있다.

화이자는 먹는 치료제 PF-07321332와 에이즈 치료제 리토나비르의 병용요법에 관해 임상2/3상에 들어갔다.

로슈·아테아와 화이자의 임상3상 결과는 올해 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길리어드는 렘데시비르 이외에 새로운 알약형 치료제의 임상시험계획을 내년에 신청할 것으로 예정됐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가 개발한 정맥주사형 항바이러스제로 코로나19 치료제 가운데 유일하게 정식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길리어드의 먹는 치료제 개발동향에도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상용화 이전에 중도 탈락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실제로 부광약품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레보비르의 임상2상에서 주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개발을 포기했다고 9월 밝혔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들이 상용화 단계에서 합리적 가격이 책정될지도 살펴볼 부분이다.

먹는 치료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주사형 치료제와 비교해 사용이 간단하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적으로 신종 인플루엔자가 확산했을 때도 로슈의 먹는 치료제 타미플루가 환자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머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는 주사형 치료제와 비교해 저렴하다고 보기 어렵다. 5일 복용 기준 700달러 수준(약 83만 원)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셀트리온의 정맥주사형 치료제 렉키로나는 1인당 1주일 접종했을 때 45만 원 수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몰누피라비르는 이보다도 가격이 높은 셈이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몰누피라비르는 렘데시비르보다 저렴하지만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는 여전히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몰누피라비르가 본격 공급돼도 일부 선진국에 한정돼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기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머크보다 다소 늦더라도 효과 있는 치료제를 저렴하게 내놓을 경우 상당한 시장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전문은행 번스타인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시장이 향후 연간 6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로슈와 화이자가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먹는 치료제를 300달러 수준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