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학 NH농협은행 은행장이 가상화폐를 활용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자산 보관산업이 은행의 새로운 수수료 수익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지분투자를 통해 가상화폐 커스터디(보관관리)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NH농협은행 디지털자산 보관사업 본격화, 권준학 수익원 발굴 서둘러

권준학 NH농협은행 은행장.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가상화폐와 관련한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시중은행 사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B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도 가상화폐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지분을 투자하며 가상화폐 커스터디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전문기업인 카르도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마쳤다. 카르도는 NH농협은행이 블록체인기술 기업 헥슬란트 및 한국정보통신, 갤럭시아머니트리, 아톤 등 핀테크 상장사들과 함께 만든 합작법인이다. 

NH농협은행의 지분율은 15%에 다소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도는 기업고객 대상으로 가상화폐를 안전하게 보관 및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라인에 저장되는 핫월렛과 별도 오프라인 저장장치에 보관하는 형태인 콜드월렛 모두 지원한다.  

NH농협은행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기술 전문기업 해치랩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합작법인 한국디지털에셋을 설립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가상화폐 커스터디사업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 디지털자산 관리 전문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에 전략적 지분투자 형태로 참여했다. 우리은행도 7월 블록체인기술기업 코인플러그와 합작법인 디커스터디를 설립하고 가상화폐 커스터디사업화를 공식화했다.

가상화폐 커스터디사업은 가상화폐 등 디지털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로는 보관자산을 활용한 가상화폐 결제 및 정산, 가상화폐를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등 여러 방면으로 운영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이에 가상화폐 관련 사업 가운데 은행권이 진출하기 쉬운 분야로 꼽힌다. 금융자산을 수탁관리해주는 은행권의 기본업무와 연관성이 높기 떄문이다.

권준학 은행장은 가상화폐 커스터디시장에 먼저 진출한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서 본격적으로 나설 시점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합작법인 카르도가 이달 초 정보인증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고 24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어느정도 안전망을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커스터디사업자도 사업자 신고대상이다.

가상화폐 커스터디사업은 줄어드는 은행의 수수료수익을 다시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시장이 초기단계이고 국내에서 가상화폐 투자에 실제로 뛰어든 기관투자자들이 많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가상화폐 커스터디사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시선이 늘고 있는 만큼 권 은행장도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은행권에서 가장 발빠르게 가상화폐시장 제도권 진입에 대응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추진한 것은 다른 은행에 비해 다소 늦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부터 법무법인 태평양, 헥슬란트 등과 함께 가상자산 관련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기관투자자와 가상화폐 거래소, 블록체인 사업자를 위한 가상화폐 커스터디서비스 제공방안 등을 모색해 왔는데 최근들어 직접 사업화에 뛰어들었다.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가상화폐와 관련한 우려가 커지면서 NH농협금융지주가 NHN한국사이버결제와 함께 가상화폐 커스터디사업을 준비하다 중단해 직접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권 은행장은 최근 가상화폐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지분투자에 앞서 NH농협은행은 7월 갤럭시아머니트리, 한국정보통신, 헥슬란트와 함께 ‘디지털자산사업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디지털자산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했다.

이달 초에는 가상화폐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에 실명계좌 제휴를 내주면서 가상화폐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