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9월 들어서도 국내주식을 덜어내기 바쁘다.

정부의 빅테크 플랫폼기업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국민연금도 매각대상 대형주로 카카오, 네이버를 선택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9월도 국내주식 팔기 바빠, 규제대상 네이버 카카오 덜어내

▲ 국민연금공단 로고.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9월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모두 1조7111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 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8월 한 달 동안 국내주식 순매도 규모가 8882억 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9월 들어 순매도 규모가 급격하게 커진 셈이다.

이는 우정사업본부가 1일 장 마감 이후 시간외 블록딜로 카카오뱅크 주식 1조1천억 원어치를 판 것이 주된 원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카카오뱅크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1천억 원을 투자했고 이번 블록딜로 1조 원 정도 차익을 봤다. 게다가 여전히 1300억 원 정도의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9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연기금의 거래 규모 가운데 우정사업본부의 영향을 제외하고 봐도 12거래일 동안 6천억 원이 넘는 국내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8월보다 순매도 속도가 빠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우정사업본부가 국내주식 시장에서 전체 연기금의 거래 규모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이례적 일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전체 운용자산 규모가 140조 원 정도로 900조 원이 넘는 국민연금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연기금이지만 우체국 예금이 주요 재원인 만큼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우정사업본부 다음으로 규모가 큰 연기금의 자산규모는 사학연금 24조 원, 공무원연금 8조 원 정도인 만큼 통상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연기금의 거래 가운데 90% 이상은 국민연금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한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에 고삐를 죌 가능성이 크다.

올해 5월 말 기준 국내주식 보유 비중이 20.2%로 여전히 연말까지 목표치인 16.8%까지는 매도해야 할 국내주식 규모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코스피 중형주 및 코스닥 비중 강화를 주요 투자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등 대형주 위주로 순매도를 이어오고 있다.

9월 들어서는 정부가 7일 내놓은 플랫폼사업자 규제방안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국내주식 거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은 8일 하루에 카카오 주식을 454억 원, 네이버 주식을 416억 원 순매도하며 정부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대응했다. 

9월 연기금의 순매도 규모를 보면 카카오는 2078억 원, 네이버는 1509억 원이다.

올해 들어 1월부터 8월 말까지 네이버를 1조2396억 원, 카카오를 5308억 원 순매도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12거래일 동안 두 곳 주식의 순매도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셈이다.

특히 카카오는 9월 순매도 규모가 이전 연간 누적치의 40%에 가깝다.

10월 국감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와 네이버를 향한 정부의 플랫폼 규제문제는 한동안 정치권에서 주요 현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안 그래도 대형주를 덜어야 할 상황인 만큼 카카오와 네이버 주식을 놓고도 순매도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7일 정부의 규제 발표 이후 카카오와 네이버 주가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7일부터 16일까지 시가총액 변화를 보면 카카오가 68조4848억 원에서 54조665억 원으로 21%, 네이버는 73조150억 원에서 66조339억 원으로 10% 정도 각각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 전망을 놓고 기대치를 낮추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카카오 목표주가를 18만5천 원에서 17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당분간 정부의 규제 관련 뉴스 흐름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