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 GS그룹 회장이 기업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배터리 재활용, 수소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준비하고 있다.

허 회장은 지분투자로 사업 다각화에 시동을 걸었는데 실적 안정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해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에도 올라타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GS그룹 배터리 재활용과 수소사업으로, 허태수 성장산업에 올라탄다

허태수 GS 대표이사 및 GS그룹 회장.


9일 GS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허 회장이 GS그룹 신사업을 향한 행보에 고삐를 죄며 과거 관행과 다르게 앞으로 더욱 적극적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그동안 새로운 투자에 보수적이고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산업 전반에 걸쳐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투자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발걸음이 다소 느린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많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대규모 인수합병, 투자가 역사상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기후대응과 코로나19 등에 따른 사회구조 변화에 맞춰 GS그룹을 비롯해 보수적 기조를 보이던 그룹들도 투자확대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허 회장은 최근 배달과 유통 플랫폼 요기요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 지분투자, 국내 1위 보툴리눔톡신기업 휴젤 인수 컨소시엄에 투자 등을 잇따라 실행에 옮기며 새 사업 발굴과 기업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 회장은 2019년 12월 회장에 오른 뒤 곧바로 GS그룹의 신사업 발굴과 미래전략 구상을 담당하는 미래사업팀을 꾸렸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새 사업 발굴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허 회장은 요기요, 휴젤 지분투자에서 멈추지 않고 배터리 재활용, 수소 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산업군을 향한 투자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배터리 재활용, 수소사업과 관련한 투자는 지분투자 방식뿐 아니라 자체 기술 개발과 기업 사이 직접적 협력방식을 통해서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폐배터리를 활용하는 두 가지 방식 가운데 폐배터리를 수리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사용하는 재사용보다는 폐배터리를 분해해 배터리 원료인 금속을 뽑아내는 재활용을 사업방향으로 설정했다.

배터리 재활용은 재사용보다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만 사업성이 더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차전지(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19년 기준 15억 달러에서 2030년 181억 달러로 매년 8% 이상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GS그룹은 배터리 재활용사업에 필요한 경쟁력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GS그룹은 7일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포스코그룹과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GS그룹이 포스코그룹과 손을 잡은 데는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에서 상승효과(시너지)를 향한 기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은 5월 중국 화유코발트사와 합작으로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세워 배터리 양극재 핵심소재인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사업을 이미 추진하며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GS그룹은 포스코그룹과 세울 합작법인에서 단순히 폐배터리 재활용뿐 아니라 폐배터리의 정비 및 재사용 또는 재활용 여부를 판단하는 서비스형 배터리(BaaS)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GS그룹은 에너지사업 중간지주사 GS에너지가 전기차배터리 상태를 진단,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폐배터리 회수에 GS칼텍스가 보유한 전국의 주유소 등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이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시장은 수소산업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수소시장 규모는 2050년 2조5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중립 흐름과 맞불려 이제 개화하고 있는 수소산업이 앞으로 그 어떤 산업보다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는 것이다.

GS그룹은 기존 수소충전소 보급에 그쳤던 수소사업을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생산과 활용까지 넓히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GS그룹 정유 계열사 GS칼텍스는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고 2025년부터 연산 1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를 생산하기로 했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15MW(메가와트) 규모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도 한국동서발전과 협력해 건설하고 있다.

GS그룹은 포스코그룹과 협력방안에도 수소사업을 포함한 데다 8일 출범한 국내 수소기업협의체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에도 참여했다. 수소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협력기반도 갖춘 셈이다.

허 회장은 7일 포스코그룹과 협력방안을 논의한 교류회에서 "친환경중심의 미래사업을 함께 발굴하고 성장시켜 고객과 사회를 위한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이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을 바라본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는 것은 급격한 사업환경 변화에 실적 안정성을 높이고 성장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에 놓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GS그룹은 지난해 전체 매출 48조7950억 원에 영업이익은 단 1억515만 원만을 거뒀다. 주력사업인 정유 및 발전 등 에너지사업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GS그룹 계열사 GS글로벌과 GS에너지는 7월 보유하고 있던 미국 오클라호마주 육상유전 네마하 광구 지분을 모두 매각했는데 이 역시 기존 에너지사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준비의 일환으로 읽힌다.

GS 관계자는 신사업 추진과 관련해 “급격한 폐배터리 발생량 증가에 따른 폐배터리 회수, 재활용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 배터리 재활용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수소사업에서도 수소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경쟁력을 강화해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