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구독보험을 업계 최초로 내놓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유치에 힘을 쏟는다.

기존 생명보험 상품만으로는 확보하기 쉽지 않은 이들의 데이터를 손에 넣는다면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이 지체된 한화생명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 MZ세대 데이터 확보 적극, 여승주 마이데이터 아쉬움 달래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여승주 사장은 최근 업계 최초로 구독보험을 출시해 고객 데이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생명이 4일 출시한 라이프플러스(LIFEPLUS) 구독보험은 매월 보험금을 내면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돌려주는 상품이다.

구독보험의 만기는 1년으로 짧고 보험금도 많지 않아 실적이나 재무 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여 사장이 업계 최초로 구독보험을 시도하는 배경에는 데이터 확보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생명보험사의 주력상품은 종신보험, 변액보험 등 미래 위험에 대비하는 목적인 상품이 많다.  20~30대 MZ세대는 이전 세대들과 다르게 현재를 중시하는 성향이 강해 이러한 상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구독보험은 곧바로 생활 속 편의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MZ세대들이 관심을 보일 요소가 많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영역도 마트·맥주·간편식 등 일상에 밀접한 부분이라 MZ세대의 유입이 기대된다.

신규고객과 이들의 소비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화생명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독보험은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에 해당한다. 금융위원회 역시 혁신서비스를 지정하면서 “포인트 사용분석을 통한 소비 데이터 수집·활용이 가능해져 개인 맞춤형 보험상품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 사장은 구독보험 출시에 적잖이 공을 들였다. 애초 4월 출시 예정이었으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출시일정도 8월로 늦췄다. 앞으로 구독보험서비스를 건강분야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여 사장이 이처럼 고객데이터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본인신용정보관리(마이데이터)사업 진출이 제한되고 있는 한화생명의 상황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마이데이터는 금융회사에 흩어진 개인정보를 통합해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금융권의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다. 보험업계도 교보생명이 마이데이터 본허가, 신한라이프·KB손해보험이 예비허가를 받는 등 마이데이터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마이데이터 허가를 신청하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으로 2020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으면서 1년 동안 신사업 진출길이 막혔다. 

연말에 허가를 신청한다 해도 허가가 나오려면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2022년 1월1일 마이데이터 전면시행시점에 맞추기 어려워 이미 마이데이터사업 허가를 받은 보험사들보다 데이터 관련 사업에서 뒤처질 수 있다.

더욱이 경쟁사인 삼성생명이나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관계사로 카드사를 두고 있어 고객 소비데이터를 확보하기 쉽다. 여 사장이 고객데이터 확보에 더욱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 사장은 구독보험 외에도 다양한 통로로 데이터 확보를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11일부터 고객 일상문제에 전문가가 해법을 제공하는 라이프어드바이저 캠페인을 시작했다. 

공간활용법을 시작으로 마라톤, 제2의 인생(세컨드라이프), 결혼 등 다양한 주제로 연말까지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를 통해 고객 일상과 밀접한 분야에서 다양한 데이터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독형 보험 출시와 결을 같이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