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후보들이 벌이는 공약 경쟁이 구체화되고 있다. 

과거 행적을 둘러싼 네거티브 경쟁과 별도로 이재명 경기지사는 ‘공정성장’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복지’를 대표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재명 ‘공정성장’ 이낙연 ‘신복지’, 민주당 경선주자 정책검증 불붙어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29일 더불어민주당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TV토론의 막이 오른 만큼 대선주자들이대표공약을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후보들의 대표공약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가려 하는지 가늠할 지표가 될 수 있다. 

선두를 다투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를 포함해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대부분 경제성장과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지사는 전환적 공정성장을, 이 전 대표는 국가가 최저한의 삶을 보장하는 신복지를 각각 내걸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장기간 추세적으로 하락해 온 경제성장률의 우하향을 멈추고 우상향의 지속성장으로 전환시키겠다"며 제1차 공약으로 전환적 공정성장을 내놨다.

이 지사는 저성장의 원인을 불평등과 양극화에서 찾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신산업 투자와 공정성을 회복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경제성장의 공식처럼 거론됐던 감세와 규제완화 등 친기업적 정책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평가됐다.

지난 19대 대선 경선 때 전면에 내세웠던 기본소득정책은 경제성장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기본소득이 소비진작 효과만 있는 게 아니라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될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사의 기본소득정책은 '급진성' 탓에 여당 안에서조차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8일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 같은 푼돈 지급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산불평등을 완화하는 구체적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며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갈 돈을 빼앗아 상류층에게 지급하는 일은 어려운 분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국가예산의 낭비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은 28일 MBN-연합뉴스TV 주최로 열린 경선후보 TV토론에서 공정성장이 수비정책에 머물러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공정성장은 축구로 치면 전원 수비정책인 것 같다. 경기를 승리로 이끌려면 기업에 활력을 주고 노동자가 신명나는 정책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감세나 국부펀드 등의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이 지사는 “지금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갑을 관계가 되면서 ‘공정’이 어려워졌다. 중소기업에서는 좋은 인재를 쓰고 싶어도 보수를 올리기가 어려워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며 “이런 것들은 공정한 질서회복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이 전 대표는 '신복지'를 앞세우고 있다. 

이 전 대표는 5일 대선출마의 뜻을 밝히며 “중산층이 두터워야 불평등이 완화되고 사회가 위기에 강해진다”며 “중산층을 현재 57%에서 70%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올리는 것이 신복지고 성장정책”이라며 “누구나 인간으로서 최저한의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것이 신복지의 출발이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코로나19와 4차산업혁명으로 자영업자와 노동자, 농어민, 청년 등 사회 양극화가 심해진 탓에 국민의 불안이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국가가 소득과 돌봄, 의료, 주거, 고용, 교육, 문화, 환경, 안전 등 국민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최저기준을 보장해야 하는 ‘보편적 사회보호’를 신복지로 내건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주거복지를 풀어갈 열쇠로 '토지공개념'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른 후보들의 우려가 집중되면서 그의 대표공약이 되고 있다. 

그는 대선출마 발표 뒤 다음날인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위 10%가 토지를 독점해 천문학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며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합부동산세법 등 토지공개념3법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택지소유에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넘어선 택지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는 동시에 유휴토지에 가산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렇게 확보한 토지와 세수 등을 신복지와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사용한다. 이 전 대표는 15일 실제 이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다른 대선주자들은 이 전 대표의 토지공개념 공약을 두고 공격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이라거나 부동산 공급을 위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28일 TV토론에서 “토지공개념3법을 얘기했는데 취지는 좋지만 모든 정책은 시의적절해야 한다”며 “주택원가를 높이는 방법이 있을 수 있어 오히려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개발이익환수제를 강화하면 개발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에는 일리가 있다”며 “그러나 나머지 2개 법은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거기서 생기는 부과금‧가산금으로 토지를 산다거나 무주택자 주거복지에 쓸 수 있다”고 응수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토지독점 문제를 지적하며 과다보유자에게 세금을 물리겠다고 했는데 요즘의 문제는 1980·90년대와는 다르게 택지를 소유해서라기보다는 아파트나 빌딩에 관한 투기가 핵심"이라며 "이 전 대표는 불로소득에 관한 문제는 말하지 않고 어떻게 부동산투기를 잡겠다는 것이냐"라고 따졌다.

박용진 의원은 모병제와 여성 기초 군사훈련을 뼈대로 한 남녀평등군복무제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다.

박 의원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성과 여성이 모두 40일에서 100일 정도의 기초 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혼합병역제도를 도입하겠다"며 "기초 군사훈련 이후에는 국가에서 정한 일정 기간 재훈련을 받는 강력한 예비군 제도를 운영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현행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할 것"이라며 "남녀평등복무제와 모병제가 우리 사회에 정착된다면 사회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병역제도가 오히려 강한 안보와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추 전 장관은 '지대개혁'을 앞세우고 있다.

추 전 장관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불로소득 방지를 위한 과세 정상화, 토지공개념 개헌 완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지대개혁을 자신의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지대개혁의 요체는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의 정상화, 합리적 공정과세"라며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사회 배당, 공공 복지, 공공임대주택, 청년 일자리에 사용해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새로운 도약과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정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은 '서울공화국 해체'와 지방균형발전을 내걸고 있다.

정 전 총리는 25일 국회에서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신수도권·충청권메가시티 조성과 더불어 부산울산경남 동남권 메가시티 전략, 광주전남권과 대구경북권의 광역생활경제권 전략, 제주의 특별자치 강화전략을 병행 추진해 균형발전4.0시대를 열겠다"며 "충청권 메가시티와 강원·전북을 포괄하는 신수도권을 조성하고 호남·충청·강원을 연결하는 '강호축'의 조기 추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과감한 자치분권과 급진적 균형발전을 통해 서울 공화국을 해체하고 지방연방제로 가야 한다. 그럴 때만 부동산, 환경, 교육, 교통 등 수도권 집중으로부터 오는 모든 난제를 해결 가능하다"며 "부동산이 왜 오를까 고민해보면 수도권 좁은 땅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 나려면 서울 공화국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오는 8월4일 YTN 주관으로 2차 TV토론을 벌인다. 정책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공약의 현실성을 두고 후보들 간의 공방이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