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인텔에 반도체 생산 맡겨, 삼성전자 파운드리 일감확보 발등에 불

▲ 퀄컴이 인텔 파운드리서비스 고객사로 합류했다.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 진출한 인텔이 삼성전자의 주요 위탁생산 파트너 퀄컴을 고객사로 끌어들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세계 1위 파운드리기업 대만 TSMC와 주로 경쟁해 왔는데 인텔이 새로 파운드리업계에 뛰어들어 한정된 반도체 일감을 확보하는 일이 더 힘들어지게 됐다.

26일 인텔은 온라인행사를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기술 로드맵을 공개하고 파운드리 고객사 2곳을 소개했다. 아마존과 퀄컴이 이름을 올렸다.

아마존은 반도체 패키징 서비스를, 퀄컴은 인텔20A 공정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20A는 인텔의 새로운 반도체 공정으로 2024년 상용화가 예정됐다.

퀄컴은 “새로운 첨단 파운드리 파트너와 일하게 돼 기쁘다”며 “인텔은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업계가 현지 제조공장에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고 말했다.

퀄컴은 세계적 통신반도체기업으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통신모뎀 등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퀄컴이 개발한 반도체 가운데 상당부분은 삼성전자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퀄컴은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매출 가운데 17%를 차지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를 제외하고 최대 고객사로 꼽힌다.

이런 퀄컴이 인텔에 반도체 일감을 맡긴다는 것은 인텔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 경쟁상대로 빠르게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대체로 TSMC만을 상대로 반도체 일감 수주경쟁을 해왔다.

물론 사업규모만 보면 삼성전자가 TSMC에 한참 뒤떨어진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세계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TSMC 56%, 삼성전자 18%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TSMC와 비슷한 수준의 반도체 공정을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워 퀄컴, 엔디비아, IBM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의 일감을 수주할 수 있었다. 

반도체는 회로폭이 미세해질수록 성능이 좋아진다. 지금까지 회로 폭 7나노 이하 공정을 제공하는 파운드리기업은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TSCM뿐이었다.

하지만 인텔이 파운드리사업에 진출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인텔은 다른 파운드리기업의 7나노 공정과 유사한 인텔7 공정을 올해 말부터 중앙처리장치(CPU) 등 자체 반도체를 통해 먼저 선보일 것으로 예정됐다. 

퀄컴 등 팹리스들 쪽에서 보면 삼성전자 TSMC 이외에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맡길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물론 퀄컴이 실제로 인텔에 얼마나 많은 반도체를 맡길지는 미지수다. 

퀄컴은 현재 삼성전자와 TSMC를 통해 대부분의 최신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퀄컴의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88의 경우 전량 삼성전자에서 만들어진다.

다만 인텔은 삼성전자와 TSMC 못지않은 반도체기술을 기반으로 충분한 일감을 수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퀄컴 인텔에 반도체 생산 맡겨, 삼성전자 파운드리 일감확보 발등에 불

▲ 인텔 반도체공정 로드맵. <인텔>

인텔은 이번 행사를 통해 기존 10나노 공정을 인텔7로, 7나노 공정을 인텔5로 바꾸는 등 반도체 공정의 이름에 변화를 줬다. 이는 자체 반도체 공정이 실제 성능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10나노, 7나노 등은 반도체 회로폭을 말한다. 숫자가 낮아질수록 반도체 성능이 좋아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반도체 성능에는 회로폭 이외에도 트랜지스터 밀도 등이 영향을 미친다. 인텔 반도체 공정은 종합적 성능이 다른 반도체기업의 동급 공정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데도 공정 이름의 숫자가 더 크다는 점 때문에 기술적으로 뒤처진다는 인식을 받아 왔다.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인텔 10나노 공정은 TSMC 7나노 공정과, 인텔 7나노 공정은 TSMC 5나노 공정과 정밀도가 비슷하다”며 “인텔은 이제 파운드리시장에서 삼성전자, TSMC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기 때문에 새로운 공정 이름을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인텔은 차세대 공정 이름을 통해서도 공격적 마케팅을 예고하고 있다.

퀄컴이 선택한 인텔20A 공정의 A는 Å(옹스트롬)을 뜻한다. 옹스트롬은 10분의 1나노미터를 나타내는 단위다. 인텔은 반도체 기술력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나노보다 더 미세한 단위를 다룬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인텔20A에 이어 2025년 초를 목표로 인텔18A 공정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이번 온라인행사에서 “오늘 공개된 혁신들은 파운드리 고객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인텔 파운드리서비스에 관한 업계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