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하반기뿐 아니라 내년까지 가파른 실적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도 앞으로 실적에 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내년 글로벌 판매를 본격화하는 신형 준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스포티지를 향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기아 내년에도 잘 나간다, 새 스포티지 세계 판매 제값받기도 든든해

▲ 기아 '신형 스포티지'.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신차효과와 글로벌 판매회복에 힘입어 올해와 내년 모두 역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기아의 내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로 7조 원 이상을 제시했다. 기아가 지금껏 올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인 2012년 3조5천억 원보다 2배 이상 많다.

기아는 올해 상반기에만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2조6천억 원을 올렸다. 1년 전보다 335% 늘었다.

기아는 올해 영업이익 5조 원 이상을 올려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년에도 가파른 수익 증가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아는 글로벌 산업수요를 능가하는 판매 호조와 판촉비 절감, 제품구성비(믹스) 개선 등에 따라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며 “하반기 이후 글로벌 산업수요 정상화에 따라 추가적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기아 역시 전날 진행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실적에 자신감을 보였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CFO) 부사장은 “하반기 반도체 부족과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기아는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충분한 돌파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감히 말씀드리면 지금의 좋은 판매흐름이 2022년에 꺾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기아가 이런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신형 스포티지도 자리잡고 있다.

스포티지는 기아의 최대 볼륨모델로 최근 국내에 출시됐고 내년 2월 미국에 이어 유럽 등 순차적으로 글로벌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신형 스포티지는 2015년 4세대 모델 이후 6년 만에 새롭게 나온 5세대 모델인데 기아는 내년 신형 스포티지의 판매목표로 50만 대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보다 50% 이상 많은 것인데 기아의 올해 전체 글로벌 판매목표가 292만2천 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물량이다.

신형 스포티지는 내년 판매량 확대뿐 아니라 기아의 평균판매가격(ASP)을 올리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SUV 판매 확대와 신차효과에 힘입어 평균판매가격이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2분기 국내와 해외 평균판매단가는 각각 2830만 원과 1만8700달러(2150만 원)을 보였다. 2020년 2분기보다 각각 6%와 3% 올랐다. 2년 전인 2018년 2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6%와 18% 높아졌다.

특히 해외 평균판매단가는 최대 해외시장인 미국에서 2019년 대형SUV 텔루라이드 출시 이후 SUV 판매를 늘리면서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상품성을 바탕으로 ‘제값받기’ 전략을 펼친 것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텔루라이드만 봐도 가장 저렴한 LX 트림(등급) 전륜구동(FWD) 모델 가격을 2019년 3만1890달러에서 2021년 3만2790달러로 2년 사이 900달러 올리는 등 매년 연식변경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높은 수요에 대응해 가격을 올렸다.

올해는 기존 최상위 트림이었던 SX 4륜구동(AWD) 모델 위에 SX-P(프레스티지) 모델을 추가하기도 했는데 SX-P 모델은 4만6890달러로 SX 4륜구동보다 2300달러 더 비싸다.
 
기아 내년에도 잘 나간다, 새 스포티지 세계 판매 제값받기도 든든해

▲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이 2월 기아 CEO인베스터데이에서 2021년 재무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기아 유튜브 화면 캡쳐>


주우정 부사장은 “좋은 제품과 효율적 관리력, 올해 기아 브랜드를 새로 론칭한 데 따른 브랜드 힘이 시너지를 일으켜 글로벌시장에서 제값받기에 더욱 힘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아는 내년 미국에 신형 스포티지를 출시하며 제값받기 전략에 따라 가격을 크게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그동안 미국에서 스포티지 연식변경 모델을 꾸준히 내놓으면서도 2015년 4세대 모델을 출시한 지 꽤 시간이 지난 만큼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써왔다.

현재 스포티지 가운데 가장 저렴한 LX 트림 전륜구동(FWD) 모델 가격은 2만4090달러로 2년 전보다 100달러 오르는 데 그쳤다.

기아는 국내에서도 신형 스포티지를 출시하며 기존 4세대 모델보다 트림별로 200만~400만 원가량 가격을 높여 잡았다.

조상현 기아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전무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SUV 라인업(제품군)상 과거에는 미국에서 준준형 스포티지와 중형 쏘렌토 판매에 제살깎기가 있었지만 최근 텔루라이드와 쏘렌토가 차별화한 가격대에 자리잡으면서 스포티지 역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SUV 라인업에서 대형과 중형의 가격이 오르며 스포티지 역시 가격을 올릴 여지가 생겼다는 의미다. 조 전무는 “상품성이 한 단계 도약한 5세대 스포티지를 통해 글로벌 도심형SUV라는 헤리티지(유산)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