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금융 대장주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고평가 논란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상장 이후에도 카카오뱅크 기업가치를 유지하는 데 큰 부담을 안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 은행 대장주 유력, 윤호영 고평가 논란 해소 부담 눈덩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KB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 대장주에 오를 것이라는 시선이 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7월26일부터 이틀 동안 일반 공모주 청약을 실시하고 8월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전날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카카오뱅크는 국내 기업공개 사상 역대 최대인 2585조 원을 모으며 희망 공모밴드 최상단인 3만9천 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앞서 카카오뱅크가 공모가를 놓고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기관 수요예측 통해 뜨거운 투자수요가 확인된 것이다.

기관 수요예측은 기관투자자가 발행회사의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를 참조해 매입 희망수량과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카카오뱅크 주가가 상장 이후 공모가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예측한 만큼 일반 공모주 청약 열기도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가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금융 대장주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금융주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금융지주들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KB금융지주 21조5388억 원, 신한금융지주 19조8633억 원, 하나금융지주 13조1806억 원, 우리금융지주 8조4144억 원 등이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기준으로도 시가총액 18조5289억 원에 이른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주 3위에 오르는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주 1위에 오를 가능성도 높다.

상장 이후 주가가 16%가량만 올라도 KB금융지주를 넘어 시가총액 1위 금융주에 오를 수 있다. 앞서 SK증권은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시가총액을 약 31조 원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상장 이후 윤 대표가 기업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고평가 논란을 딛고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에는 당장의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성에 관한 기대가 훨씬 많이 담겨있다. 지난해 순이익을 살펴보면 KB금융지주는 3조4천억 원, 카카오뱅크는 1100억 원 수준이다. 

윤 대표가 고평가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카카오뱅크 성장세를 꾸준히 보여줘야 하는 셈이다. 사소한 경영상의 부침에도 고평가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을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여전히 카카오뱅크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카카오뱅크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은행업 자체가 지닌 한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범위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며 다른 국내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은행법이 요구하는 규제를 충족하며 영업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카카오뱅크가 디지털기술력을 앞세운 비대면영업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업방식의 차이일 뿐 사업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그동안 성장세를 이끌어 온 가계대출부문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보다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이 카카오뱅크에 고신용자 중심의 영업형태를 지적하며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비중 확대를 주문하며 가계대출관리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비중은 10.2%인데 이를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전에는 가계대출 확대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미래 성장계획을 제시하며 정면돌파하고 있다.

윤 대표는 2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출 포트폴리오 확대, 플랫폼 기반사업 확대 등 성장동력 확보에 공모자금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가운데 플랫폼 기반사업 성과가 얼마나 드러나는지가 고평가 논란을 해소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보여준다고 해도 기존 은행과 사업 차별성을 확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모바일 뱅킹앱은 1615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금융 모바일앱부문에서 월간활성이용자(MAU) 1335만 명(닐슨미디어 디지털 데이터 기준)으로 1위에 올라있다. 플랫폼 사업을 확대해 기존 은행업과 차별성을 보여줄 기반은 충분한 셈이다.

윤 대표도 플랫폼 기반사업에서 기존 은행과 차별성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계좌 개설서비스, 연계대출, 신용카드 등 제휴사업자를 23개에서 100개까지 넓히고 자산관리, 펀드, 방카슈랑스, 외환 등으로 금융서비스 제공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규모 모바일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광고사업 등 플랫폼 기반 신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윤 대표는 고평가 논란과 관련해 "인터넷은행은 금융과 정보기술(IT)가 만나 (기존 은행들과) 출발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모바일로만 영업을 진행하다 보니 높은 월간활성화이용자 수(MAU)를 지닐 수밖에 없고 이런 지점이 국내에 상장한 다른 은행 대비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