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제약바이오산업에 다시 진출하면서 신약 개발분야를 왜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정했을까?

22일 식품업계와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CJ제일제당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그린바이오사업과 마이크로바이옴이 미생물이라는 접점을 지니고 있다.
 
CJ제일제당 신약개발 재도전, 왜 마이크로바이옴을 골랐을까

▲ CJ제일제당 로고.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오랜 기간 그린바이오사업을 하면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미생물 균주 및 발효기술을 축적했다”며 “이를 활용해 최근 생분해 플라스틱 관련 화이트바이오사업에 진출했으며 레드바이오까지 사업범위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으로서는 그나마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함으로써 신약 개발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줄이려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제약바이오부문은 최근 성장성이 부각되는 분야로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에 매력적이지만 CJ제일제당은 이제 막 재무체력이 좋아진 만큼 재고 따질 게 한둘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약 개발은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온다고 장담하기 어렵고 성과를 낸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CJ제일제당이 2018년에 CJ헬스케어를 매각한 것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던 만큼 연구개발비 등을 투입하는 등 측면에서도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 몸 속의 미생물집단을 일컫는다. 

유익균과 유해균이 생성되는 원리,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 사이 연관성 등을 분석하면 신약 개발이나 불치병 치료 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어 많은 기업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연구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그린바이오는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기능성 소재와 식물종자, 식품첨가물 등을 만드는 산업이다.

CJ제일제당은 그린바이오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1960년대부터 그린바이오사업에 뛰어들었는데 라이신, 트립토판, 발린, 핵산, 농축대두단백 등 5개 품목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식품사업과도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일찍이 둘의 관련성을 주목하고 2018년 ‘마이크로바이옴과 바이오, 식품 미래기술’이라는 주제로 글로벌 콘퍼런스를 열기도 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최근 건강기능식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 부문만 전담하는 별도의 사내 독립조직(CIC)을 꾸렸는데 마이크로바이옴 가운데 일부는 진단 및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 분야에 확장해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전망도 밝다.

시장 조사기관 BBC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시장 규모는 2020년 8억 달러(8700억 원) 수준에서 2024년 93억8750만 달러(약 10조 3562억 원)으로 10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기업 천랩을 약983억 원에 인수하면서 CJ헬스케어를 매각한지 3년 만에 제약바이오산업에 다시 뛰어들기로 했다.

천랩은 2009년에 설립됐으며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자료에 인공지능(AI)기술을 접목한 정밀분류 플랫폼을 구축해 두고 있다. 전임상단계의 염증성 장질환, 고형암 대상 단독 및 면역항암제 병용치료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