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사업 다각화전략의 하나로 라면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라면사업 규모를 키우려면 국내 라면시장에서 먼저 입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기존 식품회사의 시장 입지가 공고해 김 회장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시선이 몰린다.
 
하림그룹 라면시장 출사표, 김홍국 고급화로 농심 오뚜기 빈틈 본다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20일 하림지주에 따르면 라면시장 진출을 위한 막바지 준비단계를 밟고 있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언제 라면을 출시할지 등 구체적 전략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는 준비 막바지 단계이다”고 말했다.

하림지주는 하림그룹의 지주회사인데 신사업 진출 등도 주도하고 있다.
 
라면업계는 하림그룹이 늦어도 올해 3분기 안에 라면제품을 국내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전북 익산에 ‘하림푸드 콤플렉스’를 완공하며 라면 생산을 위한 준비를 마쳤으며 2020년 12월에는 ‘순라면’이라는 상표권도 등록했다. 

라면사업은 전망이 밝다. 

세계 라면시장 규모도 꾸준히 커지고 있고 해외에서 ‘K-라면’ 위상이 높아져 국내 식품기업이 글로벌시장을 공략하는 일도 이전보다 한층 수월해졌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인스턴트라면시장 규모는 412억 달러(약 46조5889억 원)로 2019년보다 11.3%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장 가능성 등만 놓고 보면 라면시장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하림만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내 라면시장에 발을 디디기조차 힘들 수 있다.

국내 라면시장은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과 팔도 등 4곳 식품회사가 점유율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빈틈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다 빙그레나 풀무원 등 식품기업들도 라면시장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빙그레는 ‘매운콩라면’을 다시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8월 정면, 백면, 홍면을 출시하며 라면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김홍국 회장은 국내 라면시장 공략에서 고급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농심이나 오뚜기 등 기존 식품기업과 정면대결을 피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차별화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앞서 즉석밥시장에 진출할 때도 고급화 전략을 앞세웠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림지주는 즉석밥 제품인 ‘순밥’을 놓고 ‘집에서 밥을 지을 때처럼 어떠한 첨가물(산도조절제, 보존제 등)도 넣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즉석밥 제품보다 다소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김 회장은 가정간편식과 라면 등 신사업에 진출해 육계사업 의존도를 차츰 줄여간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매출의 70%를 닭고기에서 낼 정도로 이 부문 의존도가 높은데 점차 육가공사업의 수익 창출력이 떨어지고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