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옛 대한생명(한화생명)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놓고 지분 처분계획을 세우기 어려워 보인다.

16일 예금보험공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예금보험공사는 현재 한화생명의 지분매각을 맡을 새 주관사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한화생명 공적자금 언제 회수하나, 위성백 주가 야속해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14일에 주관사 입찰을 마쳤고 유효입찰이 성립됐다”며 “늦어도 7월 초까지 최종적으로 주관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새 주관사 선정은 기존 주관사인 삼성증권 및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계약이 올해 7월로 만료되는 데 따른 조치다.

다만 위 사장으로서는 새 주관사 선정이 바로 한화생명 지분매각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화생명 지분매각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는 예금보험공사에 해묵은 숙제이기는 하다.

예금보험공사는 1999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대한생명(한화생명 전신)에 2조5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2001년에 1조5천억 원을 추가로 넣었다.

2002년에는 대한생명의 지분 51%가 8236억 원에 한화그룹이 주도하는 한화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대한생명은 2010년에 상장한 뒤 2012년에 한화생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예금보험공사는 한화그룹의 콜옵션 행사로 대한생명 지분 16%를 넘겼고 이후 몇 차례 매각을 통해 현재는 한화생명 지분 10%(8685만7001주)를 들고 있다.

한화생명에 투입된 공적자금 3조5500억 원 가운데 현재까지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1조771원이다.

예금보험공사는 한화생명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지 20년 넘게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3분의 1 정도를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분매각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에는 현재 한화생명의 주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남은 공적자금 전액을 회수하려면 한화생명 주가가 1만1500원은 넘어야 한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는 2018년 이후 한화생명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2017년 11월을 마지막으로 한화생명 주식을 매각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생명 주가는 2020년 중에는 881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화생명 주가는 16일 종가기준으로 3925원이다. 현재 한화생명 주가 수준으로는 남은 공적자금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한다.

앞으로 한화생명 주가의 흐름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자금 회수일정을 정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다만 기준금리의 인상이 검토되고 있다는 점은 보험사 주가에 호재다. 특히 한화생명은 다른 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변화가 실적에 주는 영향이 큰 보험사이기도 하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타격에서 벗어날 회복기미가 세계적으로 나타나면서 각 나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하고 있고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피해 회복과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한화생명 주가가 1만 원 이상까지 오를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특히 청년층의 보험가입 감소 등 보험업계 전반의 침체 분위기에 더해 2022년부터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등에 따른 보험사들의 재정적 부담은 한화생명의 주가 상승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 보고서에서 한화생명 주식을 놓고 투자의견 중립과 목표주가 4천 원을 제시하면서 “한화생명은 올해 계정재분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익잉여금 확보만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으로 제시된 투자의견은 자본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의 한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앞으로 한화생명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공적자금의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공적자금회수계획에 따르면 한화생명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회수기한은 2027년까지라 당장 급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한화생명의 주가가 1만 원 이하라고 해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매각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