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공공개발사업의 분양원가 공개범위 확대를 눈앞에 두면서 건설사들은 민간분양까지 이런 움직임이 확대될까 긴장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민간분양에서 분양원가를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아파트값 인하로 이어지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공개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범위 확대, 민간에 번질까 건설사 긴장

▲ 2일 서울시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성동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14일 건설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공공개발사업자들이 분양원가 공개범위를 확대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민간분양까지 분양원가 공개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분양원가 공개범위 확대를 두고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지만 최근 법원의 판결에 따라 분양원가 공개범위를 확대해야 하게 됐다. 

법원은 1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분양원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과 관련해 경실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토지주택공사는 공급한 10여 곳의 아파트단지와 관련해 설계공사비 내역서·도급 내역서·하도급 내역서까지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토지주택공사는 1심 판결과 관련해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앞서 법원이 서울주택도시공사를 대상으로 경실련이 제기한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도 경실련의 손을 들어줘 2심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판결이 뒤집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법원의 판결과 별개로 자발적으로 6월부터 건설하는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기존에 공개하고 있던 62개 항목에 더해 설계내역서와 도급·하도급 내역서 등 세부내역까지 공개한다는 방침을 5월에 내놨다. 

국회에서도 이러한 분양원가 공개범위 확대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1일 분양원가 공개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은 공공·민간 구분없이 모든 주택과 관련해 국토부령에 따른 62개 분양가격 세부내역을 공개해야 하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주택에서는 대기업이 공급하는 주택과 관련해 세부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현재 분양원가 공개제도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주택 가운데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과 민간분양 주택 가운데 분양가 상승 우려가 큰 지역에서 공급되는 주택을 대상으로만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노 의원이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이 공급하는 주택들은 국토부령에 따른 62개 분양가 세부내역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최근 공공개발사업자들이 공개하기로 한 설계공사비 내역서·도급 내역서·하도급 내역서 등 보다는 공개범위가 좁지만 일부사업지역을 대상으로만 분양원가를 제한적으로 공개해 왔던 대기업 건설사들로서는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노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건설사의 공사비 부풀리기를 막고 주택가격을 안정화 하기 위해 분양원가 공개는 꼭 필요하다”며 “개정안 통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은 물론 분양원가 산정의 투명성을 확보해 서민주거안정의 마중물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분양원가 공개범위 확대가 실효성은 적고 기업들의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원가를 공개한다고 해서 원가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세부내역이 공개되는 것 뿐이지 이미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지금과 크게 차이나는 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원가를 공개하면 건설사들의 이득을 줄여 건설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이미 원가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비슷하고 간접비에서만 차이가 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줄일 수 있는 인건비나 직원복지, 연구비 등의 비용을 감소하려 하면 오히려 건설업계가 위축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미 이파트값은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 기술개발, 브랜드개발, 마케팅 등이 모두 중요한데 분양원가 공개범위가 확대되면 아파트 품질 향상을 위한 개발에 소홀해질 수 있다고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 들어 2019년부터 62개 항목을 대상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아파트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봤을 때 분양원가 공개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시선이 나온다. 

분양원가 공개제도는 분양원가 구조를 투명하게 밝혀 주택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2012년 3월 주택시장이 침체됐다는 이유로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기존 61개에서 12개로 축소했으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4년 12월 민간주택 분양원가 공개제도를 아예 없애는 등 정책이 일관되지 못하게 이어져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