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가상자산시장 선점경쟁에 발벗고 나섰다.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관심이 높아지고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논의가 본격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높은 신뢰와 안정성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가상자산 생태계를 선점하고 향후 자산관리와 대출, 투자 플랫폼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은행권 가상자산 생태계 선점 나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논의 대비

▲ 비트코인 이미지.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대형은행들을 중심으로 제도권 금융기관들의 가상자산시장 진출이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우리펀드서비스는 21일 가상자산거래소 지닥을 운영하는 금융기술회사 피어테크와 손잡고 가상자산 기업회계 플랫폼을 출시했다.

첫 참여회사는 지닥의 법인고객 회원인 다날핀테크, 세종텔레콤, 비브릭, 에이치닥테크놀로지(HDAC), 코인플러그 등이다.

이번에 출시한 플랫폼이 우리금융그룹 가상자산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과 관련한 기업 지분투자까지 검토하고 있다.

우리펀드서비스는 우리금융그룹 계열 사무수탁사다. 사무수탁사는 투자신탁, 투자회사 등에게 사무업무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고영배 우리펀드서비스 대표이사는 4월 비즈니스포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가상자산시장에 생태계 조력자로서 위치를 선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법인고객의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수탁서비스시장 중심으로 가상자산시장을 노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전략적 투자를 통해 세운 한국디지털에셋(KODA)은 17일 코스닥 상장회사인 위메이드,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 등 고객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한국디지털에셋은 2020년 11월 KB국민은행이 블록체인 기술기업 해치랩스, 블록체인 전문투자회사 해시드와 함께 설립한 가상자산 수탁서비스업체다. 

한국디지털에셋은 향후 부동산·금·미술품 등 실물 기반 디지털자산과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까지 서비스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신한은행도 1월 가상자산 수탁회사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지분투자를 결정하고 미국 디지털자산 금융서비스기업 비트고와 함께 가상자산 수탁서비스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세 회사는 향후 가상자산을 비롯한 디지털자산 전반의 수탁서비스 제공 및 수탁 솔루션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권이 이처럼 가상자산사업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향후 가상자산시장에서 송금이나 결제, 자산관리와 투자금융 등의 금융업무가 새롭게 생겨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서 가상자산 수탁사업 이끌어왔던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 이사는 "자산별 특성에 따라 시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결국 모든 영역의 자산이 디지털화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전통 금융권이 하고 있는 사업이 가상자상 영역에서 똑같이 한 쌍처럼 이뤄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에도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가 나오면 은행들이 유통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국은행은 6월부터 2022년 1월까지 CBDC 통용 가상환경을 구축해 실전 모의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3월 한국조폐공사와 협력 경험을 지닌 LG CNS와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CBDC) 플랫폼’을 시범구축했다.

KB국민은행은 한국은행의 CBDC 설계 결과가 나오면 기술 검증과 전자지갑 구현, 관련 파일럿 테스트를 적극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 4월 포항공대(포스텍)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와 함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기술검증을 수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