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자체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에 힘쓰면서 중저신용자 대출공급 확대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등 경쟁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중저신용자 대출을 크게 늘리기로 하면서 윤 대표가 더욱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카카오뱅크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윤호영 중금리대출 확대 서둘러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17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윤 대표는 중저신용자 대출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카카오페이와 데이터 협력을 바탕으로 자체 신용평가모형의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 계열사와 추가적으로 데이터 협력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해 중저신용 고객에게 더 낮은 금리로 더 많은 한도를 줄 수 있는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고신용자 대상 대출보다 연체율과 대손율 등이 높을 수밖에 없어 리스크 관리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부실과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고도화된 신용평가모형을 확보하는 일이 필수적인 이유다.

윤 대표는 100여 개에 이르는 카카오 계열사와 데이터 협력을 늘려 방대한 데이터보유량을 바탕으로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열사가 보유한 고객의 다양한 비금융데이터를 카카오뱅크가 보유한 금융데이터와 결합해 신용평가에 활용하면 더욱 정확하고 정교화된 신용평가가 가능해진다.

카카오뱅크는 3월 카카오페이와 신용평가모형 개발과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협력에 나서기로 하고 데이터 결합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페이와 데이터 협력을 통해 카카오페이의 비금융데이터와 카카오뱅크의 금융데이터를 결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새로 선보일 중저신용자 전용 상품에 카카오페이와 데이터 협력이 반영된 신용평가모형이 적용될 것이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그동안 사잇돌대출을 공급하면서 축적한 중저신용자 데이터와 중저신용자 대출사업 경험과 노하우도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에 활용하려 하고 있다. 사잇돌대출은 중저신용자를 위한 정책 중금리대출상품이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출범해 2019년 1월 근로소득자를 위한 사잇돌대출 공급을 시작했고 같은해 5월 공급대상을 개인사업자까지 확대했다.

반면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보다 일찍 2017년 4월 출범했으나 올해 들어서야 사잇돌대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 자체는 케이뱅크가 더 빨랐으나 사잇돌대출을 공급한 경험과 노하우는 카카오뱅크가 훨씬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경쟁사들도 카카오뱅크처럼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중저신용자 대출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하반기 중저신용자 대출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윤 대표가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를 위해 데이터 협력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장기적으로 데이터 협력을 카카오 계열사에만 의존하는 상황은 경쟁에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신용평가모형에 KT의 통신정보와 BC카드의 결제데이터와 가맹점데이터 등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는 BC카드다. BC카드는 KT의 계열사다.

특히 BC카드의 결제데이터와 가맹점데이터는 매출 실적과 상권 경쟁력, 사업성 및 성장성 정보 등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가공하기 쉽다는 이점을 지닌다. BC카드의 가맹점 수는 320만 개에 이른다.

토스뱅크는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토스가 보유한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한다. 토스앱 가입자는 2천만 명에 이른다.

토스는 토스앱에 토스증권과 토스뱅크를 한데 모아 토스를 종합금융플랫폼으로 키워내 플랫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토스는 2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본허가를 신청해 놓았다. 이르면 5월 안에 본허가를 획득하고 7월 토스뱅크가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호영 대표는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을 향한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저신용자 대출공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공급 확대를 위해 도입됐으나 실제로는 출범 취지에 맞지 않게 고신용자 대출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 중저신용자 대출공급 확대를 위한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계획 이행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투명하게 공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행현황이 계획에 못 미치면 신사업 진출을 제한하는 등 제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