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경제단체의 역할을 경제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정치와 사회문제로 적극적으로 넓혀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환경문제, 4차산업혁명에 따른 기술격차, 글로벌 경쟁상황 등 현재 기업들이 맞닥뜨린 경영활동의 현안들이 단순히 경제정책의 영역에만 국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Who] 대한상의 경제단체 넘어선다, 최태원 시대적 요구에 역할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13일 최 회장은 국회를 방문해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만났다.

대한상의에선 최 회장의 이번 국회 예방을 놓고 취임인사 차원의 의례적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오른 뒤 대내외적으로 정부와 경제계의 협업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소통 행보에도 의미가 실린다는 시선이 나온다. 

최 회장은 정부정책, 규제입법 등을 놓고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 대한상의의 역할을 이전보다 더욱 키우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대한상의가 코로나19 등에 따른 기술적, 사회적 변화에 대응해 정치사회적 현안들을 함께 고민하고 의제를 제시할 수 있는 단체로 사회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대한상의 회장 취임사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과 국가의제 해결에 경제단체들이 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상의 부회장들과 함께 한 첫 회의 주제도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었다. 

최 회장은 12일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첫 회장단 회의에서 “지금은 우리(기업)만의 입장이 아닌 국민과 정부, 그리고 국회 관점에서 문제를 재정의하고 해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현안 대응방식에도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서울상의 부회장에 정보통신(IT) 등 혁신산업 젊은 기업인들을 모은 데서도 대한상의 내부에서부터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역량을 갖추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이전 서울상의 회장단에는 전통 제조업분야 기업인들이 많았고 정보통신산업분야 기업인은 없었다. 하지만 최 회장 체제의 서울상의 회장단은 30%가량이 정보통신, 게임, 스타트업, 금융업계의 경영인으로 구성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정보통신업계 기업인을 부회장으로 대거 영입한 이유를 두고 “지금 기업, 사회가 처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를 고민하다보니 문제와 현상에 관한 새로운 시각과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정보통신분야 젊은 기업인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잘 수용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내부에서 데이터를 쌓고 이런 내용들을 토론하면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않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는 최 회장 취임 뒤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기술혁신팀, ESG위원회, 탄소중립 연구조합 등을 설립하고 ESG경영포럼, 미래산업포럼 등을 주최하면서 경제문제뿐 아니라 사회문제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한 예로 대한상의 탄소중립연구조합은 탄소배출 감축기술의 개발 등 실질적 연구를 통해 최근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가 힘을 싣고 있는 탄소중립문제를 지원하기 위한 민간협의체다.

탄소중립연구조합에는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 기업과 단체 14곳이 참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평가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유관기관들과 협업도 추진한다.

최 회장은 현재 기업들이 맞닥뜨린 문제들은 개별기업 단위가 아닌 정부와 국가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바라봤다.

이런 시대를 맞아 법정 경제단체인 대한상의도 국가적 과제 해결에서 파트너로서 정치적 역할과 책임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3월29일 대한상의 내부 직원들과 함께 한 타운홀미팅에서도 대한상의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로 기업의 의견만 구하지 않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는 것을 꼽았다.

최 회장은 이날 타운홀미팅에서 “우리는 산업 전반에 걸쳐 파괴적 혁신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는데 이에 어떤 방법으로 대응할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제 기업은 ESG로 대변되는 사회적 가치도 같이 반영해야 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기업에 내부화하고 배분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