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K8 하이브리드, 형님차 그랜저와 경쟁은 이제부터

▲ 기아 K8 하이브리드. <비즈니스포스트>

기아가 준대형세단 K8 하이브리드모델을 내놓으면서 라인업을 완성했다.

K8은 국내 준대형세단시장에서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최대 라이벌로 꼽힌다.

K8은 기존 2.5가솔린과 3.5가솔린, 3.5LPG에 하이브리드까지 더해 '형님차'로 불리는 그랜저를 추격한다.

K8이 형님차 그랜저를 따라잡는 데 하이브리드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K8 하이브리드를 직접 타봤다.

◆ K8 하이브리드, 흠잡을 데 없는 정숙성과 연비 갖췄다

13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K8 하이브리드모델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로는 K8 1.6터보 하이브리드모델 '시그니처' 트림(등급)에 파노라마 선루프, 드라이브와이즈, 전자제어서스펜션, 메리디안프리미엄사운드, 헤드업디스플레이(HUD)팩, 스마트커넥트 등의 옵션이 적용된 4912만 원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친환경차 세제 혜택 및 개별소비세 3.5% 기준)

K8 하이브리드 모델은 최고출력 180PS(마력), 최대 토크 27.0kgf·m의 성능을 갖춘 1.6터보 하이브리드 엔진과 최고출력 44.2kW, 최대 토크 264Nm를 내는 구동모터를 탑재하고 있다.
[시승기] 기아 K8 하이브리드, 형님차 그랜저와 경쟁은 이제부터

▲ 기아 K8 하이브리드 엔진룸. <기아>

시승 코스는 그랜드워커힐 서울을 출발해 경기 가평군의 한 카페를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110km의 코스로 짜여졌다.

K8 하이브리드에서 가장 마음에 든 점은 정숙성이었다.

이전 K8 3.5가솔린 모델을 시승했을 때도 정숙성이 좋다고 느꼈는데 하이브리드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K8 하이브리드는 저속에서 하이브리드 특유의 전기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했다. 엔진과 바깥 소음도 효과적으로 차단해 빠르게 달릴 때도 흠잡을 데 없는 정숙성을 보였다.

기아는 K8에 문 접합부에 3중 씰링을 새롭게 추가하고 실내 흡차음재 밀도도 기존보다 높여 소음을 잡았다고 설명한다.

기아는 K8의 장점으로 고급 완성차 브랜드에 적용되는 메리디안프리미엄사운드를 처음 적용한 점을 내세우는데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승차감 측면에서는 기존에 시승했던 K8 3.5가솔린모델과 어쩔 수 없이 차이가 느껴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3.5가솔린 모델과 비교해 가속페달의 민감함이 조금 더뎠고 고속에서는 빠르게 치고 나가는 느낌도 상대적으로 덜했다.

하이브리드모델에도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탑재돼 있었으나 3.5가솔린 모델을 타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부드럽고 묵직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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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행 중인 기아 K8 하이브리드. <기아>

K8 하이브리드모델에 적용된 고속도로 주행보조2(HDA 2), 전방 충돌방지보조(FC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컨트롤(NSCC), 지능형 속도제한보조(ISLA) 등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운전의 피로도를 줄였다.

다만 한 손만 스티어링휠에 올려놓고 운전할 때도 종종 핸들을 잡으라는 주의가 나오는 점은 아쉬웠다.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헤드업디스플레이의 사각 테두리가 언뜻 언뜻 보이는 점도 조금은 거슬렸다.

연비는 카페를 가는 53km 구간은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을 최대한 활용하고 안정적으로 운전했더니 1리터당 18.4km를 보였다.

K8 하이브리드(18인치 타이어, 빌트인캠 장착)의 공식 연비는 1리터 당 도심 16.9km, 고속도로 16.6km, 복합 16.8km인데 차량을 안정적으로 운행하니 공식 연비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돌아오는 60km 가량의 구간은 반자율주행 기능을 끄고 조금은 험하게 몰았더니 1리터당 11.5km의 연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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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K8 하이브리드 앰블럼. <기아>

◆ 모든 라인업 갖춘 K8, 형님차 그랜저와 싸움 이제부터

기아는 K8 하이브리드 외관에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전면가공 휠과 후면부 하이브리드 엠블럼을 더했다.

실내는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하나로 잇는 커브드 디스플레이 등이 그대로 적용돼 가솔린모델의 우아함과 미래적 느낌을 유지한다.

K8은 4월 출시 이후 낮고 길어진 차체, 세련된 외관,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뿐 아니라 안정적 주행성능 등으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랜저의 디자인 시그니처인 다이아몬트 패턴을 다수 활용해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처럼 느껴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K8 디자인이 그랜저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인데 이는 국내 준대형세단시장에서 그랜저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국내 준대형세단시장은 수입차와 제네시스를 빼면 그랜저와 K8만 남는데 지금껏 그랜저는 K8과 비교해 압도적 판매량을 보였다.

지난해 국내에서 그랜저가 14만4188대 팔리는 동안 K8의 전작인 K7은 4만1046대 팔리는 데 그쳤다.

기아는 차량이름을 K7에서 K8로 바꾸고 국내 출시차량 가운데 새 앰블럼을 처음 적용하는 등 K8에 힘을 실었는데 출시 첫달인 4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K8은 4월8일 출시됐는데 하이브리드 없이도 4월에만 5017대(K7 430대 포함)가 판매됐다.

하이브리드모델이 출시된 상황에서 4월1일부터 판매됐다고 가정하면 그랜저 판매량을 충분히 넘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랜저는 4월 9684대가 팔렸다. 매월 국내 그랜저 판매에서 하이브리드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가량에 이른다. 

K8이 하이브리드를 추가한 만큼 이제부터 그랜저와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셈이다.
[시승기] 기아 K8 하이브리드, 형님차 그랜저와 경쟁은 이제부터

▲ 시승행사 반환점에서 대기 중인 기아 K8 하이브리드. <비즈니스포스트>

기아는 K8 하이브리드를 △노블레스라이트 △노블레스 △시그니처 등 3가지 트림으로 내놓았다.

각 트림별 판매가격은 노블레스라이트 3698만 원, 노블레스 3929만 원, 시그니처 4287만 원이다. (친환경차 세제 혜택 및 개별소비세 3.5% 기준)

K8 하이브리드는 저공해자동차 제2종으로 공영주차장(서울시 기준) 및 전국 공항주차장 요금 50% 감면,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면제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아 관계자는 “K8 하이브리드는 높은 시장의 관심과 기대를 충족하는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차량이다”며 “준대형세단 하이브리드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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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K8 하이브리드 뒷면.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