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가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을까?

정부가 우주개발체계를 기업(민간)주도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기존의 산업기반을 활용해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 육성에 나선다.
 
경상남도를 우주산업 중심으로, 김경수 항공산업 기반 삼아 더 멀리

김경수 경상남도 도지사.


김 지사는 12일 진주에 위치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우주부품시험센터에서 '경남 우주산업 클러스터 육성계획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보고회에는 김경수 도지사와 박종원 경제부지사를 비롯해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등 14명이 함께 참석했다. 

컨설팅업체 트리마란이 2021년 8월까지 이번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김 지사는 이렇게 수립한 우주산업 클러스터 육성계획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협의해 실제 사업 추진에 나선다.

경남도는 이번 용역을 통해 △국내외 및 경남 우주산업 동향과 전망을 분석하고 △우주산업 주요기관과 기업의 수요를 측정하며 △경남 우주산업 클러스터의 목표와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연구개발과 인프라, 기업지원 인력양성 등을 위한 과제를 발굴한다. 이를 통해 우주산업 클러스터 육성을 국책사업화하는 구체적 전략을 수립한다. 

이에 앞서 정부는 3월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우주전략 보고회’를 열고 우주개발체계를 기업 주도로 전환하고 기업의 기술역량을 끌어올려 우주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행사에 참석해 “장기적 비전과 흔들림 없는 의지로 우주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고 과학기술인들과 함께 우주로 뻗어 나갈 것”이라면서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2022년 달 궤도선 발사 △2030년까지 우리 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 △다양한 인공위성 개발 △민간 우주개발역량 강화 등의 비전을 내놨다.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우주산업 투자에 나섰다.

미국은 지구관측위성과 기반기술개발, 발사체, 기상위성, 무인우주탐사, 군 위성, 항법위성, 방송통신위성, 유인우주비행, 조기경보 등 ‘10대 우주개발 분야’에 2016년에만 359억 달러가량(40조 원가량) 투자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우주산업 투자회사인 미국 ‘스페이스 엔젤스’의 보고서를 보면 1128개 기업이 2009년부터 2020년 3분기까지 1660억 달러(185조 원가량)의 민간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040년에 우주산업 규모가 1조 달러(1150조 원가량)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우주산업 관련 투자가 미진한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10대 우주개발분야 가운데 5개 분야(지구관측위성, 기반기술개발, 발사체, 기상위성, 무인우주탐사)에만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규모도 미국의 1.9%인 6억7천만 달러(7천억 원가량) 수준에 불과하다.

김 지사는 경남도의 항공우주산업 기반을 활용해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수준을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김 지사가 이례적으로 용역 착수보고회에 참석했다”며 “이는 우주산업 진출을 위해 도 전체의 힘을 모으고 국가 차원의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도가 항공우주산업에서 항공부문에 집중했다"며 "이번 용역을 계기로 우주분야로 넓힐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남의 항공우주산업을 지원하고 더 나아가 경남을 우주산업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에 힘을 기울여왔다.

경남에 있는 항공부품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보잉, 에어버스가 항공기의 생산을 줄이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업체들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를 통해 보잉과 에어버스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데 보잉과 에어버스가 생산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 지사는 2020년 8월 경남도를 ‘2030 글로벌 항공우주산업 스마트제조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청사진에는 도내 항공우주 중소기업을 성장단계별로 지원해 강소기업으로 육성하고 혁신 및 상생발전 등으로 성장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목표가 담겼다.

김 지사의 행보는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을 이끌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경남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경상남도 사천시에 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8년 서울 본사를 경남 창원시로 옮겼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앞서 4월6일 중소기업벤처부의 ‘선도형 디지털 클러스터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를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도내 30개 협력사가 연합체(컨소시엄)를 구성해 협업시스템과 스마트공장을 구축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8년 10월 경남 창원지역에 생산시설을 추가 투자한다는 협약을 맺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열린 보고회에서 “(우주부품시험센터가 있는) 진주를 중심으로 하되 부산과 울산 그리고 발사대가 있는 전남 고흥까지 포함하는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큰 시너지가 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