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이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의 신소재분야 투자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가 첨단신소재사업 육성에 부쩍 힘을 실으면서 자회사 SK실트론이 전력반도체 웨이퍼사업 확대 등에 필요한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나온다.
 
SK 첨단신소재 육성에 힘실어, 장동현 다음 상장은 SK실트론 선택하나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


SK실트론은 반도체 웨이퍼(원판)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SK그룹에서 소재사업을 담당하는 대표적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이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코스닥시장에 이날 상장하면서 다음으로 기업공개에 나설 SK그룹 비상장 계열사를 놓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음 기업공개에 나설 곳으로 SK 자회사들 가운데 SK실트론을 꼽는 시선이 많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웨이퍼사업으로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는데 전기차와 5G이동통신, 인공지능(AI), 신재생에너지산업 성장으로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전력반도체용 웨이퍼를 새로운 성장동력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소재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SK 입장에서도 SK실트론의 기업공개 추진을 먼저 고려해야 할 이유가 많다.

장동현 사장은 SK를 맡아 투자형 지주회사 역할을 강화하며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사업 발굴과 육성, 성장사업 지원사격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투자재원의 확보가 중요하다.

장 사장은 기업가치를 키운 자회사들의 상장을 추진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를 또 새로운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데 뛰어난 솜씨를 보이고 있다.

SK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도 비상장 자회사들의 사업가치와 자산을 인정받는 것은 중요하다.

장 사장은 올해 3월 온라인 투자자 간담회에서 “SK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시장과 적극적 소통으로 시가총액 140조 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이는 SK의 현재 시가총액의 7배가 넘는 수준이다. 

장 사장이 특히 첨단소재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장 사장은 SK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첨단소재와 바이오, 친환경, 디지털분야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첨단소재사업분야의 실적 목표를 가장 높이 세웠다.

장 사장은 첨단소재분야에서 반도체 웨이퍼와 전기차배터리 소재분야에 힘을 실어 2025년까지 반도체소재사업에서는 상각전 영업이익 2조7천억 원, 배터리소재에서는 1조6천억 원을 내겠다고 말했다.

바이오분야 영업이익 목표는 1조2천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첨단소재사업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SK는 2017년 LG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을 인수한 뒤 SK실트론으로 이름을 바꾸고 반도체소재사업을 그룹의 미래 동력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SK실트론 지분 51%를 쥐고 있다.

SK실트론은 현재 실리콘 웨이퍼 제조를 주력으로 하면서 2019년에는 미국기업 듀폰의 자회사 SSP특수전자소재로부터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사업부를 인수해 전력반도체 웨이퍼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사업은 SK실트론 전체 매출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비중이 미미하다. 

다만 전력반도체는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사업 계열사 외에도 전기차, 5G,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영역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SK실트론은 현재 미국 현지에 100% 자회사 SK실트론CSS를 세워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사업을 하고 있다. 

SK실트론이 한국에 보유하고 있는 기존 실리콘 웨이퍼 생산설비로는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는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실트론이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사업을 앞으로 키워가면서 생산설비 등을 증설하려면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하다.

SK실트론 관계자는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시장도 막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매출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사업을 신성장동력사업으로 보고 설비와 연구개발부문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SK는 올해 실리콘 카바이드 등 전력반도체 소재기업 예스파워테크닉스 투자를 비롯해 다양한 전기차소재기업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실리콘 카바이드소재는 기존 실리콘 웨이퍼와 비교해 10배의 전압과 5배의 고열에도 동작해 높은 전압을 견뎌야 하는 전기차 등의 필수부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실리콘 카바이드 등 전력반도체시장은 2020년 7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100억 달러 규모로 한 해 평균 32%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