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망사고 끊임없어, 성장동력 확보만큼 다급한 안전대책

▲ 현대중공업 현장 사진. <현대중공업>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이 오너경영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산업 안전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정 실장은 수소 밸류체인 구축과 디지털 전환을 비롯해 현대중공업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안전문제와 같은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문제에서는 지금껏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정기선 실장이 현대중공업의 잦은 산업재해에 따른 안전경영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서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 실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의 아들로 현대중공업그룹 총수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지주사 경영지원실장으로서 계열사들의 경영전략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만큼 안전과 관련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6년 동안 해마다 사망 산업재해가 발생했는데 올해 2월5일에 이어 5월9일 또다시 노동자가 작업공간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 집계를 보면 현대중공업에서는 2016년 5명, 2017년 2명, 2018년 3명, 2019년 3명, 2020년 4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이에 전문경영인인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2020년 6월1일 직접 나서 그룹의 작업장 안전을 강화하는 종합대책을 내놓고 3년 동안 3천억 원을 안전관리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도 사망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안전관리 강화에 최선을 다해왔으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며 “사고수습에 만전을 기하면서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조에서는 전문경영인체제 아래에서 안전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만큼 오너이자 다음 총수로 꼽히는 인물이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이번에 발생한 하청노동자의 사망사고는 넘치는 작업물량을 처리하기 위한 상황에서 벌어진 인재”라며 “정 실장과 같은 오너 차원에서 책임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그동안 현대중공업 미래 성장동력 마련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으나 산업안전과 관련한 문제에선 이렇다할 행보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그동안 전문경영인체제에서 안전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한 만큼 정 실장은 오너경영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산업재해 문제 개선에 계기를 마련한다면 경영 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더구나 현대중공업은 올해 기업공개도 예정돼 있는 만큼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도 안전문제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ESG등급 변화추이에도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2020년 ESG통합등급은 B+다. 2018년 B+에서 2019년 A로 올라섰으나 지난해 다시 한 계단 내려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한국조선해양의 환경부문과 사회부문에 B+등급을 내렸고 지배구조부문은 A등급으로 평가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예탁결제원 상장회사협의회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이 사원기관으로 참여한 사단법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친환경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고 정 실장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수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친환경신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그런 만큼 앞으로 환경부문의 등급 상승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부문평가에는 내부 노동환경이 관련돼 있어 등급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ESG평가에서 산업재해는 기업가치 하락과 생산성 저하 등의 주요 원인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고려해 안전관리시스템의 총체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원청업체도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2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 1월부터 시행된다.

안전조처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업체의 사업자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부상자나 질환자가 발생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