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이 시스템반도체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구글 등 외부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여러 IT기업의 ‘맞춤형 반도체’ 전략에 힘을 실어 반도체 설계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구글과도 반도체 개발 협력, 강인엽 맞춤형 설계역량 키운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10일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구글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와 함께 개발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화이트채플을 올해 하반기 출시하는 스마트폰 신제품 픽셀6에 탑재해 상용화한다.

AP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구글의 자체 AP 화이트채플은 픽셀6 등 구글 제품에 최적화한 기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IT매체 나인투파이브구글은 “구글은 화이트채플 설계 및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로 눈을 돌렸다”며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반도체를 더 깊이 통합해 더 나은 성능과 전력효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화이트채플 개발 관련 협력은 그 의미가 작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의 구글 스마트폰사업 규모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기 어렵다. 구글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천만 대에 못 미친다. 선두권 업체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구글이 노트북,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의 IT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삼성전자와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반도체 협업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구글뿐 아니라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글로벌 IT기업들도 자체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자체 제품만을 위해 설계된 반도체를 통해 제품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이미 설계된 반도체를 활용하는 일보다 처음부터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등 기존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강인엽 사장은 이런 자체 반도체 개발추세에 조직을 개편해 대비했다. 지난해 시스템LSI사업부 내부에 맞춤형 반도체를 위한 설계역량을 제공하는 전담조직 ‘커스텀SoC팀’을 새로 꾸렸다.

이에 따라 고객사 확보에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구글을 포함한 여러 기업이 삼성전자와 함께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용 반도체를, 샤오미는 스마트폰용 AP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와 손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협업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파운드리사업부를 통해 대부분의 고성능 시스템반도체를 위탁생산한다. 시스템LSI사업부와 협력한 IT기업의 반도체 위탁생산 일감 역시 파운드리사업부로 향할 공산이 크다.

또 강 사장은 삼성전자 자체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는 데서도 외부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삼성전자 스마트폰용 AP ‘엑시노스2100’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적용한 차세대 AP를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강 사장의 반도체 협업전략은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업계 1위를 유지해 왔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용 AP 쪽을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대만 미디어텍과 함께 매출기준 시장 점유율 10% 초중반대를 보이며 4~5위권에 머물렀다.

실적으로도 시스템반도체는 아직 삼성전자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부문의 2020년 영업이익은 1조9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전체 반도체부문 영업이익 18조8100억 원의 5.8% 수준에 불과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