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기업 사장들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사장 선임절차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7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일부 공기업에서 사장 인사가 전임자의 임기만료 이후까지도 진행되지 못하거나 후임자 선정 자체에 애를 먹고 있다.
 
한국투자공사 석유공사 한국전력 사장 선임 늦어져, 정권 말 부담인가

▲ (왼쪽부터) 최희남 한국투자공사 사장,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의 최희남 사장은 임기가 3월로 만료됐음에도 후임자 선임이 이뤄지지 못해 여전히 업무를 보고 있다.

진승호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이 후임 사장으로 유력하다고 알려졌지만 다음 사장 인선절차가 언제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도 3월에 임기가 끝났지만 여전히 사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월부터 사장 공모 등 후임자 인선절차를 시작했고 정철길 전 SK 부회장이 다음 석유공사 사장으로 유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정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도 사정은 비슷하다.

4월12일까지 임기였던 김종갑 사장의 연임이 불발되면서 3월에 사장 공모를 진행했지만 1명이 지원하는데 그쳐 재공모를 실시했다. 재공모 결과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사실상 내정돼 현재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추천, 주주총회 등 임명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기업 사장 선임절차 지연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이라는 시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만큼 주요 공기업 사장은 다음 대선 이후 거취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번 정부에서 임명된 공기업 사장은 스스로 물러나거나 사퇴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비리가 불거진 가운데 4월 재보궐선거에서 여권이 패배하면서 공기업 사장후보자의 부동산 보유 등 도덕성 검증에 더욱 부담이 커졌다.

토지주택공사 사장의 인선 과정에서도 김세용 전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나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이 사장 후보로 거명됐지만 부동산 관련 문제가 거론된 뒤에는 후보군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서둘러 공기업 사장을 임명했다가 뒤늦게 문제점이 부각되면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오점을 추가할 수도 있어 철저한 검증과 신중한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반면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 5곳이나 한국부동산원,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은 새로운 사장이 취임했다.

일각에서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전문분야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기업의 사장 교체는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지만 규모가 크거나 복잡한 현안이 있는 곳의 사장 선임은 정권말에 결정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공기업 사장의 후보자가 추려지더라도 정부에서 총리를 비롯해 장관 교체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측면도 있다. 

현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총리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데 교체될 수 있어 경제라인 인사나 금융 관련 공공기관 인사 등이 미뤄지고 있고 군장성 인사도 연기되는 등 정부의 인사관련 모든 절차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 사장 인사도 이른 시일 안에 결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