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철 롯데그룹 호텔&서비스 BU장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이 자산매각 등으로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봉철 사장은 롯데그룹 내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꼽히는데 호텔롯데의 상장 전까지 재무구조를 안정화해야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호텔롯데 재무구조 개선 위해 자산매각, 이봉철 코로나19 장기전 대비

이봉철 롯데그룹 호텔&서비스 BU장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


2일 신용평가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호텔롯데가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으로 평가된다.

류연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호텔롯데의 외형을 감안할 때 최근 롯데월드타워 지분 10%를 롯데물산에 넘기면서 5500억 원 확보한 것으로는 재무구조의 개선폭이 크지 않다”며 “호텔롯데의 이익창출력 회복 여부, 추가적 현금 확보 및 재무 안정성 개선 노력의 성과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호텔롯데는 롯데월드타워 보유지분을 매각함으로써 부채비율이 2020년 말 175.7%에서 166.8%로 낮아진다. 차입금 의존도는 2020년 말 49.0%에서 매각 뒤 47.3%로 좋아진다.

호텔롯데의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은 2020년 말 기준 7조2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호텔롯데는 2020년 이자비용만으로 약 2400억 원 지출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 당장 주력사업인 호텔과 면세사업에서 현금 창출력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일부 나라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충분한 백신물량을 확보해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공항면세점 임차료 감면 등 일부고정비가 완화됐고 기업형 대리구매상인(따이공 등)의 수요가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지만 2021년 매출규모는 과거와 비교해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올해 추가적 자산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을 최대한 줄여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는 현재 1조1천억 원에 이르는 투자부동산과 4조7천억 원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사장은 호텔롯데가 보유한 영업용 부동산을 매각하고 장기임차계약을 맺어 계속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 등 여러 계열사에서 활용도와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을 매각해 재무 건전성과 자산 유동성을 확보하는 ‘세일&리스백’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사장은 호텔롯데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호텔롯데는 이미 지난해부터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올해 3월 보유하고 있던 일부 롯데제과 지분을 매각해 24억4천만 원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은 3.21%에서 0.39%로 떨어졌다.

또 2020년에는 롯데푸드 주식 10만845주와 롯데케미칼 주식 24만5351주를 롯데지주에 매각해 약 1080억 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호텔롯데는 현재도 롯데칠성음료 지분 5.24%, 롯데지알에스 지분 18.77%, 롯데자산개발 지분 7.19% 등 매각해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계열사 주식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이동선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호텔롯데는 차입금 증가로 재무구조가 저하됐으나 매우 우수한 재무적 융통성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다”며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그룹 계열사 주식은 2020년 9월 기준 4조1천억 원에 이른다”고 파악했다.

이 사장은 롯데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롯데그룹에서도 대표적 재무 전문가다. 1986년 롯데그룹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입사한 뒤 재무팀과 정책본부 재무팀 등 30년 이상 재무분야에서 활동했다.

이 사장은 2019년 12월 호텔롯데 사장으로 임명됐는데 재무구조를 안정화해 호텔롯데 상장까지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 매듭을 지을 마지막 퍼즐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호텔롯데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줄인 뒤 한국의 롯데지주체제에 넣어 일본 롯데의 영향력을 줄이고 단일 지배구조를 갖추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최근의 자산매각을 통한 차입금은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된다”며 “추후 자산매각 등의 계획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